2020년 2월 1일 토요일 베를린
오늘은 토요일이다. 게으르게 보내는 날이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보내는 날이다. 룸메이트가 화장실 가는 소리에 일어나 아침 요가와 명상을 했다.
배와 토마토로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을 먹다가 룸메이트 방문을 두드렸다. "같이 차 마실래요?" 어제 이사 온 룸메이트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음악 교육을 전공하는 친구들이다. 서로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구운 채소 토마토 소스에 브로콜리, 감자, 애호박을 넣어 토마토 소스를 만들었다. 식은 밥에 있길래 넣어주니 토마토 소스 리조또가 되었다. 리조또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만들고 보니 리조또가 되었다. 알나투라 구운 채소 토마토 소스 정말 맛있더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빨래도 했다. 토요일은 빨래하는 날이다. 빨래를 해야 주중에 입을 옷이 생긴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플룻 연습을 했다. 초등학교 때 사용하던 플룻이다. 지난 달 독일에 오셨던 부모님께 부탁했다. 수리 맡긴 플룻은 거의 새 플룻이 되어 왔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꽤 진지하게 플룻을 했다. 그때 연주했던 곡을 손이 기억하더라. 논문을 쓰면서 플룻할 때 연주했던 곡도 들었다. 곡 자체도 좋지만 어린 시절이 떠올라 더욱 특별했다.
갑자기 악기를 바꾸면서 뜻하지 않게 플룻과 이별을 했다. 비올라 배우느라 바빠서 플룻은 거의 손에 대지도 못했다. 생각해보니 난 항상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바쁘게 살았던 어린 시절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다. 과테말라에 가서도 여러 악기를 가르칠 수 있었고.
다시 플룻과 만나 기쁘다. 종종 플룻 연습을 해야지 :)
플룻에 관한 기억도 기록해보고 싶다. 초등학교 플룻반에 처음 들어갔던 날, 플룻 선생님 집에 도착해 레슨 전에 작은 방에서 연습했던 것, 선생님의 선생님 댁에 방문해 레슨 받았던 것, 그 선생님의 선생님 딸이었던 바이올린 하는 언니와 친해졌던 것, 음악 캠프를 갔던 것, 아빠차를 타고 플룻 레슨에 갔던 것, 작은 음악회, 콩클 시작 전, 콩클 무대에 올라가 조명실 창문을 보며 연주했던 것, 협연, 초등학교 뮤지컬에서 물고기 분장을 하고 eine kleine Nachtmusik을 연주했던 것, 머리가 아플 때까지 연습했던 것, 연주할 때 자꾸 내려가는 플룻을 올리려고 노력했던 것, 성당에서 연주했던 아베마리아 등. 나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악기다.
이어지는 글 - 1년 후 게으른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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