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18 해인글방 - 머리카락의 기도, 이해인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오후 베를린 (13:53 머리카락의 기도) 머리카락의 기도 그는 밤새나를 위하여 기도했다고 한다 나의 모든 생각과 꿈과슬픔과 기쁨을알고 있는 벗으로서 언제나 같이 있고 싶지만어쩔 수 없이 떨어져나가는 것이헤어지는 것이 슬프다고 한다 잘 가라, 내 친구그동안 고마웠어!나는 버리면서 많이 미안하다 - 이해인, 희망은 깨어있네 (마음산책, 2010) 맛있는 점심을 먹은 토요일 오후. 예쁜 컵에 생강레몬차를 담아 해인글방을 보고 있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낭송하시는 시를 들으며'내가 정말로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나!'나는 원래 산문 형태의 글을 좋아한다. 2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으며 조금씩 시의 맛을 알게 되었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와... 진짜 많이 빠졌.. 2019. 10. 5. 해인글방 - 작은 노래, 이해인 작은 노래 - 이해인 하나의 태양이 이 넓은 세상을 골고루 비춘다는 사실을 처음인듯 발견한 어느날 아침의 기쁨 꽃의 죽음으로 키워 낸 한 알의 사과를 고마운 마음도 없이 무심히 먹어 버린 조그만 슬픔 사랑하는 이가 앓고 있어도 그 대신 아파줄 수 없고 그저 눈물로 바라보기만 하는 막막함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매일 삶은 배웁니다. 그리고 조금씩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글 2019/04/20 시간의 말, 이해인 2019/04/20 아픈 날의 일기, 이해인 - 베를린의 작은 섬 2019/05/05 독서 일기 ::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1) 2019/05/24 어떤 결심 - 이해인 2019/10/05 해인글방 - 머리카락의 기도, 이해인 2019/10/29 해인글방 - 마음에 대하여 2019/.. 2019. 10. 1. 어떤 결심 - 이해인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것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 시집 (시인생각)에서 버스 사고로 꼬리뼈를 다쳤다. 강의에 가도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고, 공부하려 책상에 앉아도 꼬리뼈와 허리가 아파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오른쪽 사진은 내 방 천장이다. 꼬리뼈를 다치고 3개월 후 허리도 삐끗했다. 독일어로는 Hexenschuss라 하던데, 한국어로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허리가 너무 아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대.. 2019. 5. 24. 독서 일기 ::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1)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밤 베를린 이해인 수녀님의 '기다리는 행복'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책이다. 줄을 그은 문장과 메모가 가득하다. 삶의 작은 행복을 느낄 때 꺼내본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을 때도 읽는다. 아파서 울적할 때 수녀님의 글을 읽으며 위로받는다. 1년 반 전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깜깜한 밤 버스를 기다리며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었다.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수녀님 시에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수녀님 책을 찾아보다가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 멘토인 아빠(우리 집에서 책을 즐겨 읽는 아빠와 나!)께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빠는 이해인 수녀님 책뿐만 아니라 가톨릭 다이제스트, 유네스코 후원자 잡지, 녹차, 김과 국을 가득 넣어 택배를 보내주셨다. 1.. 2019. 5. 6. 아픈 날의 일기, 이해인 - 베를린의 작은 섬 아픈 날의 일기 - 이해인 - 2 나의 몸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 나의 마음이 나의 몸을 아프게 하네 둘이서 하나인걸 알면서도 잊고 살았지 내가 잊고 있더라도 둘이서 좀 잘 지내지 그랬니? 따져도 따져도 그들은 말이 없네 (출처: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베를린 생활 초반 지독한 감기에 걸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몸살이었다. 낯선 방에 혼자 있으며 뒤셀도르프 이모님께 전화드렸다. 전화가 끝나자 눈물이 나왔다. 아프니까 마음도 쉽게 울적해지더라. 방 안에서는 혼자였지만 문을 열고 나오면 혼자가 아니었다. 룸메이트가 있었다. 경영을 공부하는 룸메이트는 내가 이사 온 첫 며칠간 두꺼운 이불을 빌려주었다. 도도 씨는 해열진통제 약을 주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따뜻함을 느꼈다. .. 2019. 4. 21. 시간의 말, 이해인 시간의 말 - 이해인 - 장미 꽃잎에 숨어있던 시간이 내게 말했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향기를 피워 올리기 위해선 날카로운 가시의 고통이 꼭 필요했다고 호두껍질 속에 숨어있던 시간이 내게 말했다 단단하게 단단하게 익어가기 위해선 길고 긴 어둠의 고통이 꼭 필요했다고 파도 속에 숨어있던 시간이 내게 말했다 많이 울어야만 출렁일 수 있다고 힘찬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오늘의 기쁨이여 (출처: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더보기 나는 말랑말랑한 사람이었다. 쉽게 친해지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말랑말랑해서 누군가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 깊숙이 박혔다. 독일에 와서 수없이 넘어지며 울었다. 그때마다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 내가 가는 길에 주관이 뚜렷한 사.. 2019. 4. 2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