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6일 수요일 오후 도서관 in Berlin
계기: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해 보려고 할 수도 없었다.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주제 넘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마디만 더 하자꾸나. 분위기가 좀 더 나아질 거다. 가깝기는 했는지 몰라도 난 네가 가진 것을 갖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가 나를 저지하거나 길을 막아섰지.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환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닳아 버리지. 육체의 경우에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가까이 오려고는 더더욱 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슬픔뿐이지. 나는 고통이 부럽지 않아. 네 고통이 부러운 거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전자책 페이지 299/335)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엘리오의 아버지가 말하는 '사랑'에 집중하고 읽었다. 오늘은 '육체'를 '젊음'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시간은 이 순간에만 주어지는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가진 것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딸에게 유학이라는 기회를 주었다. 두 달 전 가족여행 때 아빠께 여쭈어 보았다. 아빠도 유학을 오고 싶었느냐고. 대학생이었던 아빠는 해외에서 외국어로 대학 공부를 하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빠에게 '외국어로 하는 대학 공부'는, 길을 막아서는 무엇인가였을 것이다. 엘리오의 아버지에게 '용기 있는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여행 마지막에 말씀하셨다. 외국어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잘 해내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고.
언젠가는 공부하는 시간도 끝날 것이고, 독일에서의 삶도 마무리할 때가 올 것이다. 어느 것이나 유한하니까. 법정스님이 '일기일회'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단 한 번 뿐인 기회다.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게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도서관에 와서 앉아있는 내게, 즐겁게 공부하라고 써 본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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