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뒤셀도르프
2020년 2월 28일 베를린
일기일회
법정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우리는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다해는 길이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소멸을 두려워 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으라.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으라.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 조차 벗어나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불필요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영혼의 공해와 같다.
본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찮은 생각을 제쳐두고 삶의 본질에 눈을 돌려라.
그래야 인간으로서 당당할 수 있다.
얻었다고 좋을 것도 없고 잃었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
괴롭고 힘든 일도 그때 그 곳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다 한때다.
시련이 우리 앞에 온 것도 다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안다면 고통스럽지 않다.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그러면 행복에도 불행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 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지금을 어떻게 사는가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
삶은 인간에게 주어진 길고 어려운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오늘은 2020년 2월 28일 금요일이다. 일기일회를 손으로 꾹꾹 눌러 쓰던 2012년 뒤셀도르프의 나는 이제 베를린에 있다.
(글을 이어쓰고 싶은데 자꾸 오글거리게 써진다. 일기로 쓰는 글을 블로그에 쓸 수 없어 여기서 마친다. 대략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2012년의 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좋은 글귀를 쓰고 시작한다. 소논문을 쓰다가 막힐 때 글귀를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오늘은 법정스님의 일기일회가 떠올랐다.
매일 도서관에 와서 소논문을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비슷해 보이는 하루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아침의 나와 오후의 내가 다르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의 나와 공부를 끝낸 나는 다르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오늘 나는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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