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의 첫 번째 월요일 늦은 밤 베를린
이거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어쩌나. vlog 중독되겠다... 영상 만드는데 두 시간이 훌쩍 간다. 대충 해야지.
오늘은 처음으로 핸드폰이 아닌 노트북에서 영상을 편집했다. 맥북에 들어있는 <아이무비 iMovie> 프로그램으로 했다. 노트북에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네! 그동안 8년 넘게 맥북 사용하면서 처음 써봤다.
영상 처음에 나오는 제목 글씨가 마음에 든다. 클릭 한 번 했을 뿐인데 이렇게 느낌 있는 제목이 만들어진다니!! :)
배경 음악을 세 곡이나 넣었다. 지난주까지는 한 곡만 넣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어서 매일 같은 음악을 반복했다. 주말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유튜브에서 무료 배경 음악을 다운로드하여두었다. 영상이랑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오늘 Vlog를 만들었다. 처음 나오는 영상은, 요가와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장면이다. 햇살이 좋은 정오였다.
학교 가는 길 사과 한 알씩 먹는다. 집에서 아침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껍질을 까지 않아도 되니까 이동 중에도 먹을 수 있다. 걸어가며 먹는 사과는 집에서 먹는 사과보다 맛있다. 실제로 그렇다. 똑같은 사과를 주말에 침대 위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나더라.
도서관에 도착해 지난주 신청해두었던 참고 문헌을 찾으러 갔다. '설마 이 책이 도서관에 있겠어?' 하던 참고문헌이 있으면 감동받는다. 직접 가져올 수 없는 책(잠겨있는 지하 열람실에 있는 것 같음)이라 지난주에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신청해두었다. 새 참고문헌을 만나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참고문헌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단어 찾아가며 겨우 이해했다 싶으면 새로운 고통이 시작된다. 참고 문헌 내용을 새로운 독일어 단어(동의어)로 조합해서 글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다 쓴 글을 보면 뿌듯하다. 마지막 교정 과정에서 참고문헌을 다시 한 번 보기도 한다. 인용한 페이지를 확인하거나 내용이 빠진 부분은 없는지. 참고문헌을 다 이해한 상태여서 술술 읽힌다. 문득 '하나도 이해 못 했던 부분인데 나 지금 다 알고 있잖아?' 놀란다. 매번 비슷한 과정이다. 셀레고 머리 아프고 괴롭고 놀라고, 설레고 머리 아프고 괴롭고 뿌듯하고.
쉬는 시간에는 로비에 내려가 아보가토 롤을 먹었다. 화장실 가는 길 우연히 독한사전을 발견했다. 반가워서 영상도 찍고 펼쳐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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