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일 화요일 밤 베를린
오늘은 다른 느낌으로 담아보았다. 사진 느낌의 영상이랄까? 사진인 줄 알았는데 미세한 움직임이 있는 영상. 자연을 찍을 때 많이 하는 영상 기법인 것 같다.
공부 시작 전 당근 주스를 마신다. 나의 눈은 소중하니까! 영양제를 잘 몰라서 과일이나 야채를 챙겨 먹는다.
책상 사진을 찍은 적은 많다. 하지만 책상을 클로즈업해서 담은 적은 없었다. 공부 동기부여를 해주는 글, 편지, 선물, 그림, 책 글귀 등 다양하다. 1학년 1학기 수업 시간에 받은 물음표 종이는 '항상 궁금해하세요!' 교수님의 말씀(지적 호기심)을 기억하게 한다. 글쓰기 센터 선생님의 편지는 언제나 내게 힘을 준다. 나를 학술적 글쓰기 세계로 이끌어주신 분이다.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 기뻤다고 편지에 써주셨다. 시험공부를 하며 배운 kathektisch라는 단어도 메모지에 적었다. 논문을 쓰면서 배운 Selbstkonzept도. 그저께 바보북스 블로그에서 보았던 '삶에서 행복을 찾지 말아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거든.' 글귀도. 모임에서 받은 아침 햇살 엽서도 보인다.
영상은 다시 공부 모드로 돌아온다. 새로운 참고문헌을 발견했을 때 설렘을 적었다. 그 설렘은 짧으니 미래의 나를 위해 기록해두는 것이다. 소논문 쓰다가 머리가 아플 때, 내가 쓴 글을 보며 '아! 참고문헌을 발견해서 이렇게 기뻐했구나!' 초심으로 돌아가갈 수 있도록. 참고문헌을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은 내가 알맞은 참고문헌을 발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문헌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가? 꼭 필요했던 참고문헌을 교수님이 내 앞에 보여주셨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가?
영상 배경음악이 마음에 든다. 유튜브에서 종종 들었던 음악이다. 영상을 며칠 만들어보았다고 머리가 커졌는지, 점점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배경음악 박자와 프레이징에 맞게 영상을 배치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포기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영상 이어 붙이기'만 하기로 했다. 2020년 목표가 무엇이던가? 대충 살기다. 대충 살기 위해 배경음악 프레이징과 박자를 무시하고 영상을 이어 붙였다. 나중에 기술이 생기면 편집 과정을 완성도 있게 하면서 시간을 적게 투자할 수 있겠지. 나에게 Vlog는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일 뿐이다. 어디 출품할 것 아니다.
영상을 만드는 건 정말 재미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과테말라에서도 영상을 찍었을텐데! 이번 가족 여행 때도 좀 더 멋진 영상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삶의 조각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자. 시간은 많다. 평균 수명으로 보면 나는 60년은 더 살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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