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 서재 :: 봉준호 -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2020. 2. 19. 08:43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봉준호 -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계기: 네이버 첫화면에서 발견.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감독의 말'을 보고, 책을 꼭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만 접했다. 그가 말을 멋지게 한다고 생각했다. 글은 더 멋지다. 짧은 '감독의 말'만 읽었는데도 책을 꼭 보고 싶을 정도로!

 


독서 카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촬영했던 것이 1999년.

일곱 번째 영화 <기생충>을 완성한 올해가 2019년.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진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쓰고,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촬영을 하고, 편집과 녹음을 한다.

이 단계들을 꾸준히 일곱 번 반복한 것이 지난 20년 간 나의 삶의 전부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의 과정들을 반복할 수만 있다면,

삶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이처럼 반복되는 나의 삶의 주기 중에서 두 개의 순간,

즉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도의 시간들을 칼로 자르듯

베어낸 단면이 바로 이 책이다.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외롭고 고독할 때의 기록이자,

촬영장의 즐거운 대혼란을 관통하기 이전의,

고요하고 개인적인 순간들이다.

 

나 개인의 기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기에,

시나리오의 오탈자들과 스토리보드의 지렁이 같은 손글씨들까지,

그냥 그대로 인쇄하였다.

 

때로는 누군가와 인터뷰할 때, 은근히 자랑하듯 말하곤 했다.

"제 영화는 제가 그린 스토리보드와 거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영화를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하는지,

또는 얼마나 세밀하게 촬영 현장을 콘트롤하는지,

은근히 뽐내보겠다는 심산이다.

실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랑질이다.

코앞까지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의 생생한 몸짓을 매 순간

느낄 수 있을 때,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스태프들의 말 못 할 고민들을

먼저 눈치챌 수 있을 때,

그것을 통해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스스로 부정하고 뒤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연출다운 연출을 

하였다고 뽐내졸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따라서, 이제 와서 뒤늦게, 정반대의 자랑질을 해볼까 한다.

여기에 인쇄된 시나리오/스토리보드와 완성된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차분히 비교해보시라고.

그 달라진 작은 부분들이야말로, 어느 감독이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의 긴 시간들 동안

나름의 촉수를 곤두세우며 끊임없이 고민을 계속해온 

증거라고.

또 한 번의 작업을 끝낸 어느 감독의 중노동의 알리바이를,

쑥스럽지만 슬며시, 이 책으로 들이민다.

 

(감독의 말 - 봉준호, 기생충 각본집)

 

 


읽고 싶은 책으로 만든 서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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