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카드 :: 인생 수업 3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류시화 옮김

2020. 2. 19. 07:15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0년 2월 19일 화요일 저녁 베를린

 

 

 

 

 

계기: 자원봉사 교육을 받던 곳에 있던 책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자원봉사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독일 거주 한국인을 위한 웹사이트 '베를린 리포트'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을 읽었다.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오셨던 한인 1세대 어르신들은 이제 70세가 넘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면 최근에 배웠던 것부터 잊어버려서 독일어를 잊어버리고 한국어만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병원이나 일상 생활 등 독일어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독일어 기초반이었던 나는 언젠가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면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베를린에 와서 자원봉사단체에 연락을 했고 2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았던 교실 책장에 있던 책이다. 

 

교육은 독일 사회보장제도, 치매, 자신을 알아가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졌다. 교육을 받으며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함께 수업을 들었던 자원봉사 교육생 덕분이다. 교육생들은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서로 다른 삶의 시기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의 10대는 어떠했고 60대는 어떠할지 떠올렸다. 두 번째로는 치매에 대해 배우면서다. 삶의 가장 마지막에 마주할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와닿았다.

 

(독일 문화원 인터뷰 - 타국에서 맞는 노년)

 


독서 카드:

 

우리가 만나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서 큰 상실감에 빠졌을 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간직하고,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제 밖에서 행복을 찾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그 대신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삶의 의미와 진정한 부를 발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삶의 풍요로움으로부터 그들을 차단하고 있던 벽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직장이나 가족에 대한 좋은 소식, 월급 인상이나 휴가를 기다리면서 내일을 살지 않습니다. '오늘'의 풍요로움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슴에 쉬기울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20)

 

삶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수업과 같습니다. 그 수업들에서 우리는 사랑, 행복, 관계와 관련된 단순한 진리들을 배웁니다. 오늘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삶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라 그 밑바닥에 흐르는 단순한 진리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21)

 

때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합니다. 조건이 가장 나쁠 때, 오히려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행복하고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삶입니다. (21)

 

병과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신이 아닌 것들을 모두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보고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실수, 잘못, 질병들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제는 오직 '그 사람'만이 보일 뿐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 오면 사람들은 더 진실해지고, 정직해지고, 더 진정한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그렇다면 삶의 시작과 끝에서만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자신일 수 있는 것일까?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단순한 진리가 드러나는 것을까? 그런 상황이 아니면 결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에게서도 그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삶의 궁극적인 배움입니다.

 

누군가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미 조각상이 대리석 안에 있다고 상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깍아내어 원래 존재하던 것을 꺼내 주었을 뿐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완벽한 조각상이 누군가가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사람도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위대함의 씨앗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대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단지 가장 뛰어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들을 제거해 버렸을 뿐입니다. 

 

때로는 그 역할이 멋있어 보이거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 주거나, 이익이 되기 때문에, 또는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자진해서 그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가 그 결과에 상처받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결혼하기 전의 그들은 그 자신들이었지만, 결혼한 뒤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떠맡으려고 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편과 아내가 어떠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게 되었고, 그것에 맞춰 행동하려 한 것입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스스로 어떤 배우자가 되고 싶은가를 차즌 대신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난 삼촌 노릇은 훌륭하게 해냈는데, 아빠 노릇을 하려니 정말 힘이 들어." 삼촌이었을 때는 아이들과 마음으로 교류했습니다. 하지만 어버지가 되자, 자신이 맡아야 할 특정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 역할이 그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은 것입니다. (24)

 

나(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세쌍둥이 중 한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 어찌 보면 세쌍둥이로 태어난 것에서부터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하는 탐구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어리석은 가짜가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평생에 거쳐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 왔기 때문에 나는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것을 '냄새 맡는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상대방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코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냄새를 맡는 법을 나는 터득했습니다. 만일 그들이 진짜라고 느껴지면, 나는 그들에게 접근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서 가 버리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진정성의 냄새를 맡는 예민한 후각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이미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기 때문입니다.

 

내 삶에서 사람들의 진정하지 못한 모습을 가려내기가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나를 강연 장소까지 태워다 주고 강단까지 휠체어를 밀어줌으로써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나 자신이 그저 그들의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좋은 사람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것입니다. (25)

 

우리는 평생 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맡습니다. [...]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들 중에서 우리에게 맞는 역할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양파 껍질을 벗길 때처럼 어느 정도 눈물이 나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26)

 

삶이 가르쳐 주는 배움들을 통해 우리는 종종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역할들을 벗어던집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본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면, 좋은 사람인 척하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야 합니다. 추가 반대쪽으로 끝까지 올라가야만, 다시 말해 때로는 진솔한 불평도 늘어놓을 줄 알아야만 진정한 자신이 되는 중간 지점으로 올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비심에서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6)

 

 

 

 


 

 

 

인생 수업 1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류시화 옮김

인생 수업 2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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