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카드 :: 인생 수업 1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류시화 옮김

2020. 2. 9. 05:55일상 Alltag/시와 글과 영화와 책 Bücher

2020년 2월 8일 토요일 저녁

 

 

 

인생 수업

 

계기: 자원봉사활동 교육을 받던 곳에 있던 책이다. 베를린에 사시는 몸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자원봉사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독일 거주 한국인을 위한 웹사이트인 '베를린 리포트'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을 읽었다.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오셨던 한인 1세대 어르신들은 이제 70세가 넘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면 최근에 배웠던 것부터 잊어버려서 독일어를 잊어버리고 한국어만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그분들이 병원이나 일상 생활에서 독일어를 써야할 때 도움을 줄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독일어 기초반이었던 나는 언젠가 독일어를 할 수 있게 되면 그곳에서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베를린에 와서 자원봉사단체에 연락을 했고 2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았던 곳에 있던 책이 <인생 수업>이었다.

 

자원봉사자교육은 독일의 사회보장제도, 치매, 위생, 대화법, 질병, 자신을 알아가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졌다. 교육을 받으며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함께 수업을 들었던 자원봉사 교육생 덕분이다. 교육생의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서로 다른 삶의 시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의 10대는 어떠했고 나의 60대는 어떠할지 떠올렸다. 두 번째로는 자원봉사자교육에서 나이들어감에 대해 배우면서다.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서 <인생 수업> 책이 더 와닿았다. 

 

(독일 문화원 인터뷰 - 타국에서 맞는 노년)

 


독서카드: 

 

 

인생수업

류시화 (옮긴이의 글, 인생 수업에는 행복하라는 숙제 뿐)

 

 

우리는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예외없이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한 것이다. 수업이 하루 24시간인 학교에. 살아 있는 한 그 수업은 계속된다. 그리고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수업은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로 보내져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나비가 누에를 벗고 날아오르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육체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허락된다. 시간이 되면 우리는 집에서 신에게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나비처럼 떠날 수 있고,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 (10)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은 우리에게 거듭 말하고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말라'고. 죽음의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삶'인 것이다.(10)

 

이 책 속의 숱한 등장인물들의 말을 빌리면,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세상이 보여 주는 최상의 것을 배우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11)

 

두 저자는 우리가 이 지상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 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11)

 

"나는 은하수로 춤추러 갈 거예요. 그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놀 거예요."

죽음에 대한 세상의 생각을 바꿔 놓은 여인, 삶과 죽음에 관한한 모든 이들의 교사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악기를 배웠더라면 연주하고 노래할 텐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비록 모든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할지라도, 세상은 그녀로 인해 더 나은 곳이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평생을 바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가슴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한 의사이며, 사상가였다. (11)

 

십여 년 전, 미국 보스톤에서 그녀의 강연을 들은 뒤 나는, 한 시대를 연 그녀의 대표작 <죽음의 순간 On Death and Dying>을 들고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다가갔다. 그때 나는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 누구나 말하듯이,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눈에 담긴 아름다움에 깊이 감명 받는다. 색이 아름다운 것보다도 눈에서 나오는 빛이 그렇다. 그녀의 눈에서는 순수한 인간만이 가진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사람과 대면할 때 우리는 위대한 것에 이끌린다. (12)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실패를 알고, 고통을 겪고, 상실을 경험하며, 깊은 구덩이에 빠져 길을 찾아 헤맨 이들이다. 그들은 동정심과 따뜻함, 사랑과 배려로 가득한, 곧 삶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12)

 

2004년 8월, 78세의 나이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렇게 은하수로 춤추러 떠났다. 40년 동안 삶과 죽음을 화두로 삼은 연구자답게 그녀의 장례식 또한 독특했다. 가족적으로 치러진 고별식은 흑인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곡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리고 장례식 때는 유대교 랍비를 비롯해, 아메리카 원주민 치료사, 티베트 불교 린포체 등 평소 그녀와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성직자들이 그녀의 마지막 여행을 축복했다. 

의식의 절정은 그녀의 두 자녀가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을 때였다. 상자 안에서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날아올랐다. 동시에 참석자들이 미리 받은 종이 봉투에서도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를 펄럭이며 파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가진 지상의 상징이었던 나비, 그 나비가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드디어 번데기에서 부화해 나비가 되어 죽음이라 불리는 새로운 세계에 태어났음을. (13)

 

이 책 <인생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그녀는 말했다.

"평생을 죽어가는 사람들 곁에서 죽음에 대한 책을 써온 나는 꼭 책 한 권을 더 쓰고 싶었다. 죽음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 말이다. 삶의 끝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글로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썼고, 아직까지 삶에 도전하고 그 결과를 음미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14)

 

작별을 고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엔 행복하라는 것 외에는 다른 숙제가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이 언제였는가? 마지막으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껴안아 본 적이 언제였는가? (14)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Live Love Laugh. 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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