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7일 독일 괴팅엔 Göttingen
괴팅엔 도리언니 책상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
그동안 아침 목표는 재빨리 집에서 나오기였다. 꾸물대지 말고 일단 나와서 학교 가기. 그래서 아침은 항상 바빴다.
어디서 읽었더라? 아침을 여유롭게 보내면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다고 하더라. 오바마 대통령도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가족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대통령으로서 집무를 시작했다고.
요즘 아침을 여유롭게 보내보려고 여러가지를 해보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해보기도 하고, 학교 갈 준비를 끝낸 후 식탁에 앉아 짧은 글을 읽으며 차를 마신 적도 있다. 학교 가는 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아침 명상
아직 명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명상이란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는 것이다. 명상할 때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대신 떠오르는 생각을 살펴보고 자연스럽게 떠나보낸다. 명상을 하다 잠깐 졸기도 한다. 떼제 노래나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오늘 아침 읽은 글.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5분 짧은 글 읽기 - 가톨릭 다이제스트
오늘 아침 가톨릭 다이제스트를 읽었다. 2월호 테마는 '갑자기 나타난 도움의 손길'이었다. 예원학교에 입학한 글쓴이가 영어를 잘 몰라 놀림을 받던 일부터 미국 고등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나도 지방에 살다가 서울의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또한 독일 대학을 다니며 수많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글쓴이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음이 와 닿는 구절에 밑줄을 긋고 짧은 생각을 적었다. 오욱환 교수님께서, 논문 쓸 때 참고 문헌에 밑줄 긋고 메모하는 것은 저자와의 토론이자 논문의 불쏘시개라 하셨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의 밑줄과 메모는 사진 일기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15분을 정한 이유는 나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을 반강제적으로라도 주기 위해서다. 그동안 아침에 재빨리 나오려고 하다보니 아침마다 마음이 바빴다. 커피와 함께 짧은 글을 읽으며 아침 15분의 여유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금 몇 시지? 재빨리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앉아있어도 되나?' 마음이 조급해져 아예 15분 알람을 설정해놓았다. 15분 동안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게.
오늘 아침의 여유는 잘 챙겼다. 베를린에서 하던 15분 짧은 글 읽기를 괴팅엔에서 하니까 내가 있는 곳이 달라졌어도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침의 여유를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서둘러 헐떡거리며 하루를 시작하지 않고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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