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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듣는 블로그 ::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친구 요한나

by 통로- 2019. 2. 1.

요한나가 자란 곳에서는 언제나 바다를 볼 수 있다


오늘 저녁 요한나와 통화했다. 이게 얼마만이지!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 게 얼마만인지! 


요한나는 나의 첫 독일 친구다. 첫 독일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괴팅엔 대학 첫 학기, 지독한 기침감기로 수업에 앉아있기조차 힘들었을 때 집 앞으로 약을 들고 찾아온 친구다. 시럽약을 가지고 와서 내게 복용방법을 알려주던 친구. 내가 '방울'이라는 단어를 이해 못 하자, "비가 (손으로 방울 모양을 만들며) 이렇게 방울방울 내리지? 이게 방울 Tropfen이야. 이 시럽약 34방울 먹으면 돼." 독일 사람들은 차갑다고 들었는데 이 친구는 참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독일 오기 전 읽은 책에서 독일 사람들은 잘 웃지도 않고 차갑다고 쓰여있었음. 그리고 난 그것을 정말로 믿었음) 






부활절 때 놀러 간 요한나집. 요한나 어머니가 찍어주신 멋진 사진!


작년 10월, 베를린에 오기 전 요한나를 만나려고 했다. 아쉽게도 요한나가 괴팅엔에 없었다. 11월에는 요한나가 워크숍을 들으러 베를린에 왔지만 나는 이사 준비로 괴팅엔에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요한나 생각이 났다. 우리가 너무 오래 연락을 안 했구나!







Heiligenhafen, 독일 동해 바다 Ostsee


전화를 끊고 보니 50분이나 통화했더라. 요한나와 이렇게 오래 전화해본 것은 처음이다. 워낙 가까이 살아서 그냥 만나면 됐다. 한 번은 요한나가 우리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함께 밥을 먹은 후 나는 매우 급했던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고 요한나는 책을 읽었다. 친구가 집에 왔다고 부담스럽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헤어질 때 요한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 같아. 보통 누가 우리 집에 오면 즐겁기도 하지만 신경 써줘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부담도 되거든. 그런데 오늘은 너는 그냥 네 할 일하고 나는 내 일해서 정말 편했어." 요한나도 웃으며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답했다. 나와 요한나는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며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친구다.


물론 전화 초반에는 아주 짧은 몇 번의 정적이 있었다. (아마 요한나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난 이런 정적 매우 잘 알아차린다.) 너무 오랜만에 통화하는거라 근황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수다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베를린에 와서 두 번이나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다. 네가 예전에 준 약 생각나냐며, 그때처럼 많이 아팠다고. 


요한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요한나 편에서, 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한나에게 해 줄 이야기가 있어 기뻤다. 


2월 만남을 기약했다. 요한나가 베를린 자유대에서 열리는 Weiterbildung 워크숍에 참가하러 온단다. 2월 마지막 날 우리 집에서 따뜻한 밥 한 끼 먹기로 했다. 나의 요리실력을 뽐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