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랑이라 밝혔고 이제 내 특기를 소개하자면! 길 잃어버리기다.
한 번 가 본 길은 잘 기억한다. 문제는 초행길. 매번 헤매는 내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이제는 이것도 익숙하다.
2019년 2월의 첫 째날
3년 만에 만나는 친구와 저녁식사 하기로 한 날
길을 잃었다. 거대한 도시에서 또 길을 잃었다. 구글맵에는 4분 걸린다고 나와있지만 벌써 30분이 넘게 헤매고 있다. 핸드폰 배터리는 없고 약속 시간은 이미 늦었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구글 맵에게 화가 났다. 사실 구글맵은 잘못이 없다. 구글맵이 없었다면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구글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난 것이다.
이 익숙함. 길 잃어버리는 거 한 두 번도 아니고. 아빠는 평생 지도와 일하시고 엄마도 길치는 아닌데. 나는 왜 이러지? 이 추운 날에 무슨 개고생이지? 내가 가야할 건물 번지수(Hausnummer)는 90. 자꾸 걷다 보니 80이 보인다. 거의 다 왔나 봐! 즐겁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69가 보인다. 순간 멘붕에 빠졌다. 뭐지...? 그럼 난 잘못된 방향으로 온 건가? 뭐지? 이 멘붕이 어쩐지 익숙하다.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심사숙고하던 아이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거기는 분명 잘못된 방향인데... 내가 갔다가 온 길인데? 내가 다시 잘못 가고 있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예쁘게 머리도 빗고 곱게 화장도 했다. 하지만 저녁식사 장소에 도착한 나는 땀범벅에, 머리는 모자와 목도리 때문에 헝클어져 있다.
여기까지가 2019년 2월 첫 째날의 기록. 약속 시간에 늦어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친구를 만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2019년 2월6일
달밤의 조깅
어제는 베를린 세관 Zollamt Schöneberg 에 다녀왔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택배가 세관에 걸려서 (이유는 모름) 신분증을 가지고 갔다. 지하철에서 세관까지는 1.3 km. 시간이 촉박해 달밤에 조깅하며 도착하니... 문을 닫고 있네?!
그렇다. 나는 바보였다. 저녁 9시 30분까지 세관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세관은 9시에 문을 닫는 것이었다. 오픈 시간이 새벽 6시 30분이라 뇌가 잠시 헷갈렸나보다. 집에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버스타고 가는 게 더 빠르단다.
실제로는 28분에 출발하는 버스
버스 정류장에 거의 도착했는데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떠난다. DB앱*보다 2분 먼저 일찍 떠나버린 버스.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DB앱이 틀렸다. 이놈의 DB앱.... -_- 다시 집에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지하철역을 안내해준다.
*DB Navigator 앱 - 독일 철도청 Deutsche Bahn 앱. 매우 유용함. 항상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어제는 잘못된 버스 시간을 알려주었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초행길 3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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