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블로그 :: 그래도 날씨는 좋다

2018. 5. 3. 01:16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쑥스럽지만 듣는 블로그를 시작해봅니다! 2018년 8월 3일




모든 과정에는 지루한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다. 세상에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어떤 전공을 공부하든 어떤 일을 하든, 재미있고 보람찬 일도 있지만 오롯이 그 시간을 버텨나가야 할 때도 있다.


어떠한 주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의지로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논문과 논문을 수준 높은 독일어와 완벽한 논리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문헌을 읽는 순간 이해가 딱 되고 그 내용을 다시 논리 있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소논문을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내 나름대로는 학술적인 언어(wissenschaftliche Sprache, wissenschaftliches Schreiben)로 쓴다고 노력을 했었다. 친구가 논문을 다 보고 나서는 하는 말,


"너무 구어체(umgangssprachlich)로 썼는데?"


그렇다. 나의 독일어 수준은 내가 말하는 독일어 수준과 같다. 

글로 쓰는 독일어와 말하는 독일어는 달라야한다. 특히 대학에서 쓰는 소논문에서는.

매번 단어를 쓸 때마다 구어체인지 문어체인지 고민하며 썼는데, 내가 알고 있는 학술적인 표현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글쓰기 면담에서 받은 학술적인 독일어 표현 wissenschaftliche Sprache (동사, 접속어 등) 모음집을 참고하며 썼다.

하지만 거기에는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이 모두 없었기 때문에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를 쓴 경우가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독일어 중에서도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난 그 표현이 학술적인 언어라 생각했다.


... 말하는 독일어를 소논문에다 썼던 것이다.






창문을 바라보다 드는 생각, 그래도 날씨는 좋네.

논문 쓰는 시간이 어려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역시나 어렵다. 그래도 예상이나 했으니 다행이지!


소논문을 쓰면서 나는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글은 잘 못 쓴다고 받아들였다.

일기나 편지 쓰는 것은 즐겁게 하는데, 아... 논문형식의 글은 어렵다.

처음엔 왜 이렇게 못 쓰나 했는데, 나는 원래 말하는 것은 재미있어하고 글 쓰는 것은 어려워했다.

일기와 편지는 말하듯이 쓰는 글이니 즐겁게 하나보다.


어학원을 다니며 독일어를 배울 때도 쓰기 점수가 제일 낮았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열심히 읽고 그 다음부턴 별로 읽지 않았다. 

그때 많이 읽었으면 전반적인 읽기 능력이 조금 더 발달했을 텐데. 언니 옆에서 책 좀 읽을걸!


그에비해 말하는 것은 좋아한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내가 어렸을 때, 애가 더듬더듬 말하다가 어느 순간 너무 수다스럽게 말해서 놀랐다고.

독일어도 말하는 게 가장 빨리 늘었고 스페인어(아직 걸음마 단계지만)도 그랬다. 생각해보니 영어도 그랬다.

영어, 스페인어도 글은 잘 못 쓴다 ㅎㅎㅎㅎ 역시 나는 글쓰기를 어려워했군.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독일어로 논문을 쓰며 고생하는 게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니다.

나는 원래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글을 잘 못 쓴다!


인정하고 나니 시원하네.






오늘도 묵묵히 이 시간을 버텨나가며 글을 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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