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정한 사람

2020. 8. 27. 17:09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아침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오랫동안 성취지향적인 삶을 살았다.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화가 났다. 나 자신을 '성취'로만 평가했다. 나는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꼭 무엇을 잘하지 않아도, 무엇인가 이루지 않아도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기로 다짐하고 마음을 챙겼다. 나의 그림자와 화해했다.

 

몸을 챙기기 시작했다. 몸의 기능에 집중하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소화시키는 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더 예뻐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기로 했다. 건강한 몸에게 매일 아침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마음껏 담았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몸이 원하는 만큼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트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샀다. 혀가 좋아하는 달고 짠 음식보다 몸이 좋아하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했다. 

 

어느 날 내 몸을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사랑하니, 나를 세상에 오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시간을 함께 한 언니, 여섯 살에 만난 소중하고 귀여운 동생,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룸메이트, 나의 곁에 오래 머무는 좋은 친구들, 삶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에게 고마웠다. 산책길 나무, 스페인 순례길에서 만나는 숲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니, 무언가에 도전할 때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자격이 되나?'

'꼭 되어야 하는데.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기보다

 

'이 도전은, 그동안 열심히 해 온 너에게 주는 보상이야. 열심히 했으니 도전해보자.'

'자격이 되어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잖아. 일을 시작하고 그에 맞는 자격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지. 할 수 있어!' (손지애 교수 강연 인용)

'만약 이 문이 열리지 않으면 다른 문이 열릴 거야. 그리고 그 문은 너에게 더 큰 세계를 보여줄 거야.'

 

스스로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베를린에서 시작하는 스페인 순례길을 걷는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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