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0 목요일 오후 베를린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조별 과제를 하고 친구를 만나다보면 자연스레 독일어에 노출된다. 언어는 뭐니뭐니해도 노출빈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독일어를 많이 듣고 말하면 다음날 입에서 자연스러운 독일어가 흘러 나온다. 방학은 독일어 침체기다. 방학 때는 수업도 없고 친구들도 각자 고향에 가 있으니 독일어 말할 기회가 없더라. 그때 시작한 게 라디오 듣기였다. 라디오 독일어는 일상 독일어와 대학 독일어 중간 쯤에 위치한다. 일상 독일어보다 정돈되어 있고, 대학 독일어처럼 어렵지 않다. 라디오에서 'abgesehen davon, dass ...', 'im Grunde genommen' 등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말씀하시지만 대충 느낌으로만 알아들었던 문구가 자주 들렸다. 자주 들으니 독일어 사전에서 찾아보게 되었고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포스티잇에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다. 계절학기 수업도 들었다. 말을 많이 하는 수업! 소규모로 진행되는 자기 계발 수업(말하기 Rhetorik, 시간 관리하기, 이력서 작성하기 등)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아서 듣다보니 독일어가 한 단계 발전하더라.
독일어 섀도잉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논문을 쓰면 읽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한다. 하지만 듣고 말하는 기회는 줄어든다. 말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니, 이 기회에 정확한 발음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섀도잉을 시작했다. 여러가지 섀도잉 방법을 써보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Deutsche Welle, langsam gesprochene Nachrichten. 처음엔 스크립트를 보며 매일 새로운 뉴스를 따라했다. 어느날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섀도잉을 해보았다. 막혔던 발음이 쉽게 되더라. 스크립트 보았던 섀도잉과 보지 않았던 것을 녹음해 들어보니, 보지 않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다. 스크립트를 보고 할 때는 단어의 정확한 발음에 신경 썼다면, 스크립트를 없이 하니 문장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따라하더라. 그때부터 스크립트 보지 않고 했다. 섀도잉을 하며 매번 녹음을 했고 녹화도 했다. 매일 아침 30-40분 정도 책상 앞에 서서 섀도잉을 했다. 꼬리뼈를 다치고 집에서 공부를 해야했을 때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꼬리뼈가 나아진 후 도서관에 다니며 논문을 썼다. 아침 일찍 준비하여 나가야 하니 섀도잉도 단순해졌다. 버스 타러 가는 길 섀도잉을 했다. 한 오디오를 며칠 씩 반복하며 들었다. 섀도잉을 하기 전에는 입을 풀어주기도 했다. 섀도잉을 시작하며 정확한 발음을 알게 되었고 그 관심은 소리내어 책 읽기로 이어졌다.
요약:
1. 라디오 듣기
2. 계절학기 소규모 수업 듣기
3. 섀도잉 하기(DW - langsam gesprochene Nachrichten) + 녹음해서 들어보기
(글에는 쓰지 못했지만)
4. SWR Wissen/Aula 라디오 파일 듣기
5.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생각하며 영상 찍고 다시 보며 발음, 강세, 문장 멜로디 등을 체크하기
6. 탄뎀하기: Hello Talk 앱에서 독일 친구 찾기
7. 관심있는 분야 글 읽기: 어렵지 않은 잡지 꾸준히 읽기
8.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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