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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카드 - 고요할 수록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by 통로- 2019. 10. 14.

2019년 10월 13일 일요일 베를린

 

 

 

행복을 단순히 '즐거운 느낌'으로 정의하면 

우리 삶은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너무 많아요.

고대 그리스에선 행복의 정의를 

'자신의 가능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할 때

느끼는 기쁨'이라고 했다네요.

지금 자신의 가능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가요?

그 시간이 모두 행복입니다. (136)

 

 

세상에서 정말로 행복한 순간 중 하나: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도록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154)

-> 새벽 4시까지 나누었던 Gö Blog 알쓸아대

 

 

어떤 다른 목적 없이,

그냥 만남 자체가 목적인 만남.

만남에 다른 이유가 없을 때

사람 사이에 숨어 있던 행복이 미소를 짓습니다. (156)

-> 요한나

 

 

세상의 친목 모임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그 자리에 없는 남의 이야기만 주로 하는 모임과

그 자리에 참석한 자기들의 속 이야기를 하는 모임.

후자가 훨씬 영영가가 있다. (156)

 

 

그런데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 안에서의 일이었을 뿐

그가 자기를 좋게 봐달라고 요청한 일도

의도적으로 실망하게 만든 일도 아니었어요. (161)

->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연애를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를 바꾸려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와 이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터 놓기도 했고.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지와 응원을 주고받거나, 내가 뭐라도 배우는 만남,

깊은 연결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만남을 가지세요. (162)

-> 친구 P

 

 

장미꽃같이 화려한 꽃을 방 안에 놓으면 빨리 시들지만

들꽃같이 수수한 멋이 있는 꽃은 상당히 오래가요.

사람과의 관계도 

아주 능력 있거나 외모가 화려한 사람과의 인연은

처음엔 좋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 같아요. 

수수하게 자기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전 좋은 인연 같아요. (163)

->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고 싶다. 

 

 

좋은 친구는 만나고 나면

그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 (164)

 

 

나 역시 혼자 타지 생활을 하면서 몸이 아팠던 경험이 많았던지라 그 친구 같은 상황을 보면 안쓰럽고 마음이 쓰인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에서, 그것도 혼자 몸이 아프면 서롭고 외롭지 않겠는다.[...] 오늘 만남의 목적이었던 명상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그는 오랜만에 고향 음식을 먹으니 너무 맛있고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난다며 말끝을 흐리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휴대전화에 생긴 문제를 설명하니 아주 간단한 작업이라며 바로 수리를 해주었다.(->Gö 부모님: Ärztin an der Rotestraße, 레오니: 이사, 고모님: 첫째 날과 둘째 날, 집에 불이났을 때)[...]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로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그 친구를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지고 왠지 모를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런데 홀로 남고 보니, 그 순간 조금 놀라운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그 친구와 한의원에 가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휴대전화를 고치고, 그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내 몸 아픈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아침에 깼을 때만 해도 꼼짝하기도 힘든 컨디션이었는데, 그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오니 나도 모르는 힘이 솟아났나 보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내 문제점만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프레임 안으로 나를 더 견고하게 가두고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럴 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보다 남에게 아주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의 작은 도움으로 상대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존감도 올라가고 세상과의 연결감도 증가하게 된다.[...] 내가 그 친구를 도왔다고 생각한 그날은 어쩌면 그 친구가 나를 돕고 치유한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70)

 

 

행복은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171)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친해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할 수밖에 없는 수업료입니다.

갈등이 없기를 바라는 것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잘 풀어 화해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78)

 

 

그 사람의 과거 상처까지 보듬어

사랑으로 감싸주어야지 하고 시작한 만남은

의외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를 구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사랑하세요.

나를 치유해주겠다고 다가오는 사람,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181)

-> 과거 상처까지 보듬어 사랑으로 감싸주려고 했지만

내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다들 잘 알 것이다. 공간을 나눠 쓰는 동거인과의 관계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삐끗하면서 어긋날 수 있다. 그냥 친구 관계였으면 전혀 문제되지 않을 일이 함께 살다보면 은근한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부엌 설거지나 집 안 청소하는 법이 다를 수 있고, 아니면 방 안에서 틀어놓는 음악이나 선호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차이가 날 수 있다. [...] 다른 친구들을 자주 데리고 오는지 아닌지, 이 모든 것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 가을 학기가 끝나고 두 번째 봄 학기가 시작될 무렵 데니스와 크게 언성을 높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가 얼마 전 새로 산 카메라 사용 설명서를 내가 쓰레기인 줄 착각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승려라서 그런지 뭐든 버리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데니스는 뭐든 모으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 쉽게 버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날 이후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고, 얼마 후 다시 말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서로가 너무도 어색한 존재가 되고 난 후였다. 

인도의 성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자기 성찰은 관계라는 거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다른 사람과 어떤 부분에서 부딪힐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도의 또 다른 스승 오쇼 라즈니쉬는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우리 마음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서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반대로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대면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민감하게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수용하고 지혜롭게 대처해나갈 때 비로소 우리 영혼은 성숙해진다. [...]

데니스와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후,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다음 해 숙소를 아파트가 아닌 개인 기숙사로 변경해 신청했다. 좋았던 우정이 아쉽게도 변해버린 이십 대의 봄날은 그렇게도 무상하게 지나가 버렸다. (186-189)

-> 누구나 함께 살면 비슷한 경험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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