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요가 - 책을 읽는 휴식

2019. 5. 2. 16:53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19년 5월 2일 목요일 베를린

 

 

요가를 끝내자마자 내일 수업에 지각한다는 이메일을 영어로 썼다. 구글에 '지각 이메일 영어로 쓰기' 검색해서 빈칸 채우기(지각하는 이유 등)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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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

Please excuse the lateness of the seminar 'Digital Social Science Research', Mai 4th. I am going to get a physical therapy 09:05-09:25, because I have a coccyx contusion (Steißbeinprellung).

 

Thank you,

...

 

와! 오랜만에 요가를 했다. 아침 7시 50분쯤 일어나니 잇몸이 부어있다. 사랑니를 뽑고 5일간 잘 쉬고 다시 학교에 나갔다. 일주일을 너무 열심히 살았나? 금요일 밤에 쓰러지듯 잠들었고 주말에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쉰다기보다 무언가 보상받아야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예능, 영화를 보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니 다가올 월요일이 버거웠다. 전형적인 월요병! 아침 요가할 마음도 나지 않았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었던 어제 오후에는 책을 봤다. 책은 보다가 잠이 오면 잠시 덮고 자도 된다. 영상은 잠이 와도 계속 새로운 것을 찾게 되더라. 좀 더 재미있고 웃긴 것으로. 뇌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인다. 유익하지 않은 자극을. 

 

 

 

 

그러다 오후에는 책을 읽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영문판을 꺼내 소리 내어 읽었다. 10년 전 처음으로 영문판을 읽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꽤 많은 영어 단어를 알고 있었다. 특별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독일어 살며 자연스럽게 라틴어에 어원을 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내 영어가 퇴화되지 않아 기뻤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영어는 아름다운 영어였다. 자연스러운 영어를 소리 내어 읽으니 듣기 좋았다. 

 

스페인어판을 꺼냈다. 과테말라에 다녀와서 스페인어를 배울 당시 호기롭게 샀던 책이다. 영문판을 보고 읽는 거라 내용은 이해 갔다. 모르는 단어가 많았지만 그래도 스페인어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어 기뻤다. 과테말라 악센트를 가진 내 스페인어를 오랜만에 들으니 반가웠다. '독일 대학 학부 시절 새로운 언어를 배웠구나. 느리고 더딘 것 같아도 사실 많은 것을 배웠구나. 그래, 나에게 독일 대학은 단순히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게 아니었지. 졸업장은 벌써 하나 있잖아. 가고자 하는 길을 치열하게 찾던 시기였지. 잘하고 있어. 느리게 가는 것 같아도 뒤돌아 보면 많은 걸 해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한 페이지도  읽고 책을 덮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독일어판을 꺼냈다. 어감이 부드럽지 않았다. '이게 번역체구나!' 전에는 좋은 독일어 글과 좋지 않은 글을 구별할 수 없었다. 해석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연스럽지 않은 번역 독일어가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 독일어판을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독일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늘고 있구나! 

 

 

 

 

 

 

 

 

책장에서 독일어 작가가 쓴 책을 하나 꺼냈다. 예전에 사둔 것인데 재미있게 읽다 말았던 책이다. 독일인 저널리스트가 퀴즈 쇼 상금을 받아 1년 동안 열두 도시에 살며 쓴 책이다. 그녀의 독일어가 참 좋았다. 번역체 독일어를 읽다 그녀의 책을 읽으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살아 숨 쉬는 독일어랄까? 예전에 밑줄 그었던 부분을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2년 전의 내가 익히고 싶은 표현들을 표시해 놓은 독일어 문장이었다. 

 

 

 

 

 

 

 

 

 

그다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보드라운 필기감을 가진 연두색 색연필로 밑줄 그으며 나의 추억들을 메모했다.

 

 

 

 

작은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다른 것 사는데 큰 욕심은 없으니 종이책을 사서 신나게 밑줄 긋고 나의 생각을 쓰기로 했다. 한국 책은 사치 부리기 어렵다. 1년에 정말로 갖고 싶은   권 정도 종이책으로 받을 수 있을까 말까다. 대신 독일어 책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중고책을 사면 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책을 살 수 있으니까.

 

책을 보며 갖는 휴식은 드라마, 예능, 영화를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정말로 쉬어주는 느낌이다. 또 유용한 휴식이다. 좋은 정보가 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니까.

 

이제라도 책을 보며 갖는 휴식의 기쁨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게 모두 사랑니 덕분 아니겠는가? 사랑니를 빼고 진정한 쉼을 누리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책을 즐겨 보는 건 사회학 전공 덕분이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텍스트를 읽다 보니 엉덩이가 무거워져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법을 배웠다. 활자에도 익숙해졌다.

 

아침 요가도 꾸준히 하기로 했다. 요가하는 5분이 하루의 질을 바꾼다.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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