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9일 독일의 휴일 성금요일 베를린
어젯밤 12시 반 넘어서 잠들었고 새벽 5시 즈음 깼다. 더 자야지 싶어 뒤척거리다 잠들었다. 8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성금요일이다. 독일 공휴일이라 모든 곳이 쉰다. 그래서인지 더욱 고요한 아침이다.
괴팅엔 가족과 함께한 부활절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 괴팅엔 부모님은 스페인 순례길을 걷고 계신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걸으시길 기도 드려본다.
요가를 끝내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에 비친 나무가 아름다웠다. 흐린 날이 훨씬 많은 독일에 살다 보니 햇빛이 있고 없고에 따라 나뭇잎 색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나뭇잎 색이 유난히 예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이를 닦았다. 그 후에는 가글을 했다. 사랑니 발치 후 아침저녁으로 이를 닦고 가글(염증 방지)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치과에서 처방해 준 진통 완화와 소염 작용을 돕는 약도 먹었다.
(앞의 문장을 쓸 때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식빵을 가지러 부엌에 다녀왔다.)
식빵을 먹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 도도 씨 생각이 난다. 지난주 일요일 룸메이트 도도 씨는 베를린을 떠나면서 미처 반환하지 못한 페트병과 유리병을 주고 갔다. 독일에서는 빈병과 페트병을 반환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거 Pfand 해주실 수 있어요?" 묻길래
"좋아요 :-)" 나도 돈을 버는 일이니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어제저녁 도도 씨 페트병과 내가 모은 페트병을 들고 마트에 다녀왔다. 총 3.25 유로를 돌려받았고 식빵은 1.69 유로밖에 하지 않았으니 도도 씨 페트병만으로 식빵을 산 셈이다. 맛있는 치아씨드 식빵을 샀다. 도도 씨에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야겠다.
식빵을 사게 된 이유: 어제는 누룽지, 오트밀 Haferbrei, 두부를 넣은 오트밀을 먹었다. 사랑니 뽑은 부분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부드러운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귀리와 두부가 이에 끼더라. 매복 사랑니를 뽑으며 잇몸을 잘라낸 부위를 꿰맸다. 그곳에 음식물이 끼면 안 좋을 것 같아 부드러운 빵을 먹기로 했다. 식빵을 조금씩 떼어내어 앞니로 씹고 혀로 녹여 꼴깍 삼켰다. 어금니로 씹으면 사랑니 자리 꿰맨 곳에 빵 조각이 낄 수 있으니.
사랑니 세 개를 뽑고 이틀이 지났다. 상태가 좋다. 사실 어제 상태가 더 좋았다. 아픈 곳도 없고 붓지도 않았다. 엄마에게 전화해 "건강하게 나아줘서 고맙습니다. 사랑니 빼고도 이렇게 회복이 빠른 걸 보니 엄마가 잘 나아주고 좋은 거 먹이며 잘 키워주셔서 그래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생리통도 거의 없고 사랑니 회복도 빠른 걸 보면 엄마가 정말 날 건강하게 잘 키워주신 것 같다. 어릴 적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여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즉 생존에 유리한) 흡수를 잘하는 몸을 타고나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운명이지만.... 엄마도 어렸을 때 잘 먹고 자라 흡수를 잘하는 몸이라 우리는 공감하는 것이 많다. 식단 조절을 하며 열심히 등산 다니는 엄마는 이번 전화통화에서도 열정적인 다이어트 강의를 하셨다. ('잔소리'를 순화된 표현 '강의'라고 썼다.)
건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돌아와서: 내가 원래 좀 이런 애교스러운 말을 잘한다. 우리 집 삼 남매 중 이런 말을 하는 유일한 자식이다. 감사의 말을 전할 때는 조금 쑥스럽지만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니 즐겁게 한다. 언니와 남동생은 이런 표현을 전혀 하지 않아 '자식 대표 애교 담당'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
아빠랑 통화하며(아빠는 조카 스케이트 장에 계셔서 따로 전화를 드렸다) 그저께 베를린 대성당에서 떼제 합창 연습을 한 이야기를 했다. 그 후에는 괴팅엔 블로그 도리 언니와 통화해 한국 근황을 들었다. 늦은 오후에는 E 언니와 통화 했다. 괴팅엔에서 만났던 E 언니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축하 전화를 하며 재잘재잘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렇게 4번의 전화를 하고 나니 사랑니 뺀 부분이 조금 얼얼했다. 사랑니 발치 기념으로 강제 휴일을 만들어놓고 말을 너무 많이 하느라 상처부위에 자극이 된 것 같았다.
전화 통화만 한 것은 아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더니 하루가 정말 길었다. 중간중간 빨래를 하고 블로그와 괴팅엔 팀블로그에 글도 썼다. 침대에 앉아 책을 읽으며 스스륵 낮잠에 들기도 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게 행복이구나!' 생각했다. 식빵 사러 저녁에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는 선선한 바람에 '드디어 봄이 왔구나!' 기뻐했다.
오늘의 목표는 말하지 않기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으면 저녁에 베를린 대성당 부활 예배에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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