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7일 일요일 베를린
잠깐 쓰는 어제 일기: 날이 좋아 걸어서 학교 도서관에 갔다. 약국에 들러 파운데이션(화장품)을 사고 마트에서 하루 마실 1L 물을 샀다. 우연히 발견한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알록달록한 앞치마를 샀다. 앞치마를 사야겠다 생각하던 참에 예쁜 앞치마를 만났다. 총 1시간을 걸었다.
도서관에 도착해 간식을 먹으며 바로 공부를 시작했고 S와 만나 짧지만 기분 좋은 수다도 떨었다. 도서관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공부했고 저녁에는 룸메이트 밥을 먹었다. 대망의 계획 '영화관 가기'도 성실히 수행했다. 얼마 만에 보는 영화인가! 베를린에서 영화관은 처음이다. 영화관에 처음 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집에 오는 길 맛있는 Dürüm을 먹으며 "룸메이트와 외출은 참 좋군요. 밤이 늦어도 집에 같이 갈 사람이 있잖아요." 룸메이트도 같은 생각이란다. 함께 사는 친구가 있어 좋다.
오늘 아침 6시 조금 넘어 일어났다. 머리가 지끈했다. 어제 영화 후반부터 두통이 있었다. 잠을 많이 못 자거나 깨어있는 시간이 긴 날에 약한 두통이 있다. 어제 12시 넘어서 잤고 6시 넘어서 일어났으니 6시간밖에 못 잤다. 이번 주에는 잠을 충분히 못 잤으니 침대에 더 있기로 했다. 선크림과 알레르기약을 인터넷 약국에서 살펴보다가 8시가 되자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페퍼민트차 티백을 꺼냈다.
오늘은 침대에서 척추 요가를 했다. 동작이 어렵지 않았다. 중간중간 요가 호흡도 하며 20분 요가를 마치니 머리가 맑아진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였다. 수국 화분을 창가에 놓고 물을 주었다.
수국 화분에는 세 봉오리가 있다. 가장 큰 봉오리에 핀 어른 수국을 정리해주었다. 아래쪽 어린 수국이 햇빛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수국이 빛을 잘 볼 수 있도록 햇빛을 향해 화분을 돌려주었다.
빛바랜 어른 수국은 잘라서 꽃병에 담아주었다. 색이 예쁜 꽃은 책갈피를 만들기 위해 따로 빼두었다. 책갈피 선물할 사람 한 명 한 명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드보르작 신세계에서 2악장 도입 부분을 허밍 하는 나를 발견했다.
2악장은 잉글리시 호른 연주(1분 2초)로 고요하게 시작된다. 2악장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데 오늘은 반대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악기 부분(14분 35초 - 15분 16초)도 허밍 했다. 드보르작 신세계에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로 연주하며 더 좋아졌다. 매번 연주할 때마다 새롭다.
논문을 쓰며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음악을 전공했을 때보다 레퍼토리가 훨씬 다양해졌다. 음대 다닐 때는 연주하는 곡을 몇 번씩 들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곡을 들을 여유가 많이 없었다. 오케스트라, 스트링 오케스트라, 실내악, 비올라 곡 등. 참고 문헌을 읽는 것처럼 연주할 오케스트라 곡을 들으며 분석했다. 이 부분에서는 어떤 악기가 주 멜로디이고 비올라는 어떤 악기와 함께 연주를 하는지. 화성은 어떤지.
이제는 음악을 분석하기보다 그냥 듣고 싶어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공부도 잘 된다. 다양한 카테고리로 음악을 분류해 두었다.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좋은 컨디션으로 공부하기 위해, 살짝 피곤할 때, 점심 먹고 잠을 깨우기 위해, 울림을 가진 음악을 듣고 싶을 때, 힘이 나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등. 클래식 음악 말고도 가요, 팝,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를 듣는다.
요가를 끝내고 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 두통이 없어졌다. 신기하다! 요가 시작 전에만 해도 두통이 있었는데! 요가 덕분인가? 혹은 페퍼민트차? 수국? 아무튼 덕분에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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