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가는 길. 10대 후반 20대 초반 남자 두세 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니하오!'라고 외친다.
"(1초... 2초...) Bonjour!"
라고 답했을 땐 너무 늦었다. 그들은 이미 자전거를 타고 휑 가버렸고 프랑스어 발음에 자신 없던 나는 봉수아를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아닌데....'
독일에서 꽤 오래 산, 나보다 독일 짬밥을 훨씬 더 많이 먹은 친구가 말했다.
"난 요즘 니하오! 라는 말을 들으면 봉수아 라고 대답해. 이 독일놈들아, 나는 너네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어를 한다."
괜찮겠다 싶었다. 그들은 나에게 니하오, 칭챙총이라 하니 나는 프랑스어로 맞대응을 하면 되겠군!
월요일 아침 니하오!를 들었을 때
1. 앗 이제 봉수아를 해야겠군.
2. 프랑스어 발음이 어떻게 되더라? 봉수아인가? 봉스르? 봉쥬르?
3. 생각났다! "봉수아!"
라고 말했을 땐 그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프랑스어 못하는 내가 프랑스어로 대꾸하려니 타이밍이 맞을 리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스페인어로 안녕을 뜻하는 올라 Hola는 발음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다. 과테말라에서 5주 동안 생존하기 위해 배운 스페인어가 아닌가?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고산마을에는 스페인어를 못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었다. 정말 나 혼자만 못했다! 영어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처음엔 답답하고 외로웠다. 치질 걸렸다고 사전에서 찾아 설명하며 참으로 답답했다. 매일 아침 새로운 베드버그 자국이 보였을 때 그것을 의사에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답답했다. 오케스트라 담당 선생님들과 회의할 때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외로웠다.
답답하고 외로워서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웠다. 생존하기 위해 배운 언어다. 매일 아침 10시에 시작하는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나면 그날 오후 안 들리던 것이 들렸다. 매일 귀가 열렸다. 그렇게 배운 스페인어가 아닌가? 이 스페인어로 못난 독일놈에게 인사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니하오! 칭챙총! 하는 인간을 만나면
¡Hola! ¿Cómo estás? 안녕, 잘 지내니?
라고 대응하겠다. 과테말라 엑센트가 들어간 유창한 스페인어로.
잘 지내는지 묻는 건 너무 상냥하니까
¿cómo te llamas? (너 이 자식) 이름은 뭐냐?
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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