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6일 화요일 독일 베를린 Berlin
일요일 아침 한인 성당에 다녀왔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미사는 1년 만이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방학 때 한국 가서 부모님과 성탄 미사를 다녀온 후 처음이다.
한국어로 미사를 드리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특히 엄마 생각. 며칠 전 좋은 소식을 전하며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마지막에 작은 의견 충돌이 생겼다.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 다음날 다시 엄마랑 통화하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엄마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다. 엄마에게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통화를 끝내고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하다고.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마법의 가루를 뿌렸다. 엄마도 내게 따뜻한 문자를 보내왔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엄격했다. 나도 만만한 딸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에게 혼날 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쳤다. 엄마가 보기에는 말대답이었다. 그래서 더 혼났다. 이렇게 엄마와 나 사이에는 불꽃 튀던 날이 있었다. 이번 의견 충돌도 그랬다.
엄마는 "나는 너를 위해 가장 많이 기도해"라고 하신다. 나도 안다. 엄마가 언니와 동생보다 나를 위해 가장 많이 기도한다는 걸. 왜냐면 내가 걱정을 제일 많이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엄마한테 고맙다. 따질 수 있는 틈을 허락해 주어서. 엄한 엄마였지만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고 지금도 나를 많이 사랑하신다. 엄마가 안 계셨다면 악기를 하며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독일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는 나의 새로운 삶을 응원해주신다. 또 신앙을 선물해주셔서 고맙다. 덕분에 엄마랑 완벽하게 화해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마법의 가루)를 얻었으니까.
다음번에 엄마와 의견 충돌이 생기면 좀 더 어른스럽게 대처해야겠다. 너무 내 주장만 하지 말고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해야지. 그리고 마법의 가루를 일찍 뿌려야겠다.
베를린 한인 성당은 소박하고 예뻤다. 성체를 모시러 나가는 아이를 보며 첫영성체 하던 날이 떠올랐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동그란 밀떡(성체)을 먹는 날을! 아직 영성체를 모시지 못하던 꼬꼬마 시절, 영성체 모시러 나가는 꿈을 꿨다. 신부님 앞에 손을 내밀고 영성체를 모시려고(먹으려고) 하는 순간 꿈에서 깼다. 너무 아쉬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첫영성체 교리는 매우 빡빡했다. 수많은 기도문과 십계명을 선생님 앞에서 외워야 통과할 수 있었다. 못 외우면 밀떡을 먹을 수 없는 거다. 2층 교리실 큰 책상에 앉아 참 열심히도 기도문을 외웠다. 옆에 앉은 친구도, 앞에 앉은 친구도, 저 멀리 앉은 친구도 열심히 기도문을 외웠다.
첫영성체 날 하얀 원피스에 하얀 미사포를 쓰고 고대하던 영성체를 모셨다.
* 성당에 다니지 않는 분을 위한 짧은 설명: 영성체는 미사 후반에 먹는 밀떡이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체(밀떡)을 모신다'고 표현한다. 아무나 모실 수 없고 교리를 듣고 성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이 교리를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그 밀떡을 언제나 먹을 수 있다.
미사 후 먹었던 삶은 계란이 올라간 샌드위치와 커피
오랜만에 한국어로 미사를 드리니 떠오르는 추억이 많았다. 미사 끝나고 성당에 앉아 수첩에 기록했다.
미사가 끝나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숯불갈비 맛이 나는 분짜를 먹었다. 입에 넣을 때마다 감동했다. 너무 맛있어서!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이었다. 독일에도 봄이 오는구나!!!!
잔디도 파릇파릇
하늘도 파랗다
방에는 오후 햇살이 가득!
글쓰며 들은 노래: Natalie Imbruglia - T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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