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음악대학 지도 교수님께서 카카오톡으로 연락 주셨다. 독일에 있는지, 학교 오케스트라가 베를린에서 연주하게 되었는데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교수님은 내가 독일에서 계속 음악을 공부한다 생각하셨던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교수님께 독일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한국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악기를 시작해서 예술고등학교를 다녔고 음대를 졸업했으니 20년 동안 음악을 한 셈이다. 20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었고 악기를 몸보다 소중히 여겼다. 대학에 들어가 교양과목을 듣고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며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4학년이었다. 전공을 바꾸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졸업을 했다.
독일에 와서 어학 공부를 하던 1년 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지금이 아니면 방향을 바꿀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5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부모님께 나의 계획을 말씀드렸다. 왜 이 공부를 하고 싶은지, 인생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몇 년 동안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지. 부모님은 놀라셨지만 나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씀하셨다.
괴팅엔에서 사회학과 음악학 학사(복수 전공)를 시작했다. 두 번째 학사였다. 쉽지 않았다. 1, 2학년 때는 '졸업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조금씩 나만의 공부 방법을 발견해나갔다. 나중에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인턴도 했고,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며 조금이나마 경제적 자립을 했다.
지금은 논문을 쓰고 있다. 역시나 어렵다.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로 논문을 쓰니 재밌다. 공부하는 기쁨이 크다.
벅차고 힘들 때면 음악 할 때 생각을 한다. 예고도 들어갔고 음대 입시도 통과했는데 독일 학사 못 끝내겠냐며 스스로 격려해준다. 넘어졌을 때엔 울기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결국 무릎을 털고 일어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 내에 논문을 제출을 해야 학사를 졸업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해낼 거라고 믿는다. 통계학 시험도 통과하지 않았는가! 독일어 DSH 시험도 통과했고. 그 어려운 현대사회학 이론 시험도 통과했다. 독일어로 소논문을 다섯 편이나 써봤다.
오늘 음대 교수님께 1년 만에 연락드렸다. 베를린에서 석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렸다. 교수님이 통화 마지막에 말씀하셨다.
"네가 참 자랑스럽다. 잘할 거야!"
나도 내가 자랑스럽고 잘할 거라 믿는다.
음대 시절 교수님 수업 시간에 했던 그리그Grieg의 Holberg Su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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