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년 전 고민했던 것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 격려해줬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닌지.... 몇 년 일찍 독일 왔다고 조언해대는 꼰대같은 모습이었으려나? (아니었길....)
잘하고 있다고 잘 할 거라고!
동생을 격려해주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긍정심리학의 핵심은 심리학이 그동안 병적인 심리 상태를 치유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심리학은 비정상적인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해왔다. 셀리그만 교수는 이제 정상적인 사람을 더욱더 고양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긍정심리학을 제안하였다.
회복탄력성, 김주환 1% 페이지 (전자책으로 본 것이라 % 페이지를 쓴다.)
이 책은 긍정심리학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의 삶은 늘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도전과 어려움을 끊임없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 커다란 시련도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격게 되는 사소한 갈등이나 작은 실수 혹은 짜증스러운 일 등 자잘한 어려움도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시련 중 하나다. 모든일이 언제나 뜻대로 이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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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와서 특별히 자주 넘어졌다. 넘어졌는 의미는, 어려움을 만나 좌절했다는 것.
한국에 있었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매일 만나는 사소한 어려움으로는
독일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바보 되는 기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기분이 들 때 (그들이 말하는 독일어를 바로바로 이해할 수 없으니. 지금은 그래도 처음 독일 왔을 때보다 많이 나아졌다), 수업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을 때, 집을 구하기 어려웠을 때, 병원에서 아주 불친절한 (무시하는 듯한) 의사를 만났을 때 등.
의외로 이런 작은 일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지었다.
독일에 와서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꼭 독일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면 흔히 겪는 일일 것이다.
크게 넘어졌던 경험:
소논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독일에 와서 3번째 학기, 처음으로 시험(소논문)이 통과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나에게는 그것이 "졸업을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독일 학생들도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처음 넘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논문 떨어지고 한동안 '과연 독일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만 했다.
하지만 덕분에 다음 번 다른 시험에 떨어졌을 때엔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현대 사회구조 분석' 시험을 보는 중에 '아, 이 시험은 떨어진 것 같아.' 생각이 들었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재시험을 위해 기록했다.
시험 끝나고 느낀점, 잘한 것, 개선해야 할 점, 아쉬웠던 점을 A4용지 4 등분해서 적었다.
시험 문제를 최대한 자세하게 적었다. 재시험에 내용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유형으로 나올 것이므로.
서술형이라 문제가 많지 않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답을 쓰지 못했던 문제를 표시해 놓았다.
그리고 시험 공부 문제점을 써내려갔다.
문제점: 시험 범위 내용을 이해만 했다.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이해만 해서는 시험을 볼 수 없었다.
1.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라서, 독일어를 빨리 타이핑 (서술형 문제이니) 할 수 있어야 했고
2. 문법에 신경 쓰지 않고 술술 쓸 수 있어야 했다. 일단 말이 되어야 하니까. (문법을 엉망으로 쓰면 독일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 못한다.)
3. 감기 걸렸다고 수업 빠지면 그 범위 시험문제는 그냥 날리는 거.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1. 미리 타이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2. 이해만 할 것이 아니라 답을 통채로 외워야 한다(물론 어떤 문제가 시험에 나올지는 모른다).
3. 수업에는 무조건 가기.
다음 시험 때는 기출 예상 문제를 만들고 답까지 함께 만들었다.
대충 100문제(서술형) 정도 되었는데, 예상 답을 독일 친구에게 문법체크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타이핑하는 연습도 했다.
교수님이 하는 Tutorium에 가서 무엇이 중요한지 체크했다.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해 본 시험은 처음이었다.
결국 재시험에 통과했다.
좋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컸던 시험.
2016/10/12 일기 - 시험 그리고 소논문 Hausarbeit - Max Weber
회복탄련성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다. [...] 불행한 일은 항상 행복한 일보다 [...] 질적으로도 강도가 더 센 것처럼 느껴져서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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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넘어져도 훨씬 빨리 일어난다. 좌절하는 시간이 줄었다.
독일 생활을 하며 "넘어진 다음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것. 이제는 조금씩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왜 넘어졌는지 생각해보고 다음번을 위해 준비하는 것.
그런데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기억하는 자아'의 문제이다. 기억자아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자아이다. 이 기억자아가 자신의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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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보고 미움받을 용기를 떠올렸다.
과거의 경험은 지금 자신이 그 시간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 생각된다는 것.
나는 어제도 넘어졌고 오늘도 넘어지고 내일도 넘어질 거다. 일상이 넘어짐의 반복...
그래도 "또 넘어졌군" 하며 무릎에 묻은 모래를 탈탈 털고 일어나면 된다! :-D
+ 덧붙이는 이야기:
수 개월이면 마무리될 줄 알았던 작업(책 쓰는 것)은 결국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인 지금에서야 끝마치게 되었다. 보다 정확하고 근거 있는 조사와 실험 결과에 바탕을 두고 쓰고자 하는 욕심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 원인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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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감....
누구나 글을 쓰다 보면 쉽게 게을러지는구나.
+ 덧붙이는 이야기 2018년 9월 15일
좋은 글이 있어 링크를 달아본다.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대학원에서 닥쳐오는 멘붕의 파도
http://gradschoolstory.net/changhyun/대학원에서-닥쳐오는-멘붕의-파도/#comment-4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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