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대학생(Studenten, Studierende)이라고 하면 행사나 모임이 끝난 후 남은 케익을 챙겨준다. "대학생인데 돈이 어디있니, 이거 가져가서 먹으렴." 독일 가정에 초대 받아 와인이나 작은 선물을 사가면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다고. 다음부터는 안 사와도 괜찮아." 봉사활동을 하던 기부가게 옥스팜샵 Oxfamshop에서 행사가 있던 날에도,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동아리 모임에서도 무엇인가를 더 받았다. 그때마다 "왜 대학생이 돈이 없다고 생각하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생이 독일 사회에서 정말로 가난한 계층은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갖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사회학 수업에서도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다. 대학생은 일시적으로 가난한 계층이라고. 하지만 독일에서 대학생을 가난한 계층이라 여기는 것은 자립하고 사는 학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립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월세, 생활비, 용돈 정도만 스스로 벌면 독립을 할 수 있다. 독일 대학이 서열화 되지 않아 각 도시의 공립대학에 진학을 많이 하는 것도 학생이 자립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독일에도 사립대가 있고 사립대 등록금은 공립대보다 비싸다.) 기숙사에 살면 월세가 200-300유로 정도로 저렴하다. 마트에서 사는 식재료도 비싸지 않다(밖에서 사먹으면 비쌈). 문화공연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모든 학생이 100% 경제적인 독립을 해서 살지는 않는다. 집과 학교가 가까워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학생도 있고, 부모님이 기숙사 월세만 내주거나 월세와 용돈 모두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월세와 용돈 벌어서 다니는 학생, 미리 몇 년 돈 벌고 대학 들어온 학생, 장학금 받고 용돈은 벌어서 다니는 등 경제적 독립을 한 경우가 훨씬 많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 대학생은 돈이 별로 없다. 그래서 대학생을 가난한 계층이라고 하나보다.
외식은 비싸니까 친구들이랑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요리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절약이 몸에 베어있다. 여행 갈 땐 몇 달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장학금 신청을 하거나 한 학기, 1년 동안 쓸 돈을 위해 미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절약이 몸에 베어 있는 친구들 덕분에 검소해졌다. 검소하게 사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었다. 나는 아직 큰 수입이 없는 학생이니까.
* 물론 독일에도 빈부격차, 불평등, 소비주의가 있지만 나의 시선에 비친 독일 대학생을 보며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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