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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과 새로운 학문 Uni/외국인 학생 생존기 Studieren

일기 - 시험 그리고 소논문 Hausarbeit - Max Weber

by 통로- 2016. 10. 13.
4주 째 매일 학교 도서관 오고있다. 

통계학4 시험이 끝난 그 날부터 지금까지. (지금은 방학이고 다음주에 겨울학기가 시작한다.)

 

매일 학교에 왔던 3주 반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는 취업박람회에 다녀왔고

고춧가루 많이 넣은 소고기 감자국을 먹다 이틀동안 설사로 고생도 해보고

이케아 가서 책상도 사고. 

3주 반 사이에 또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학기 정말 어려웠던 사회구조 시험을 통과했다.

이번 방학동안 스페인어 시험, 통계학 시험까지 통과하면서 용기가 생겼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졸업 할 수 있겠구나 :-)

나는 그냥 다른 독일 친구들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길게 공부하고

또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좀 여러번 물어보면 되는구나.

이렇게 하다보면 나도 졸업할 수 있겠구나!

 

예전에는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하는 게 창피했다.

완벽하지 않은 독일어로 크게 말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다른 독일 학생들이 들을 것을 생각하니..

또 혹시나 너무 어이없이 쉬운 것을 질문하는 것은 아닌지. (나만 모르고 다른 독일애들은 다 이해한 부분)

 

독일 대학 졸업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은

내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하면 엄청 걱정을 하신다.

얘가 졸업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독일 학생도 졸업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얘가 정말 졸업 할 수 있을까 걱정하신다.

 

전공마다 다르지만 사회과학부에서는 독일애들도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보는 경우가 있다.

모든 수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유난히 어려운 수업이 몇 개 있다. 한 번씩 떨어지는 게 보통인 그런 시험.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공부를 진짜 안 했거나 시험에 아예 오지 않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독일애들이 공부를 해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또 다시 요령있게 열심히 해서 시험을 본다.

 

이번 현대 사회구조 분석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발견했다.

사회구조 수업은 사회학과의 전공수업이다. 수업 이름은 Einführung in die Sozialstrukturanalyse moderner Gesellschaften.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 강의가 있고 또 일주일에 한 번 텍스트를 읽어와 토론하는 수업에 있다.

주제가 매 주마다 다른데 사회불평등, 교육, 빈곤, 사회구조, 노동, 젠더, 이민 등 여러 주제가 다뤄진다.

또 그 주제에 해당하는 20-30장짜리 텍스트를 매주 읽어서 토론하는 수업도 있다.

 

 

예시 문제를 메모 카드 앞 면에 적고 뒤에는 답을 적었다. 서술형이라 답이 길다.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외웠다.

 

이 수업은 작년에 한 번 들었던 수업인데 시험(서술형)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는 그냥 내용을 이해만 했기 때문에.

내용 이해만 한 것과 그것을 내가 독일어로 빠른 시간 안에 써야하는 것은 다른 문제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매주 강의 PPT 뒤에 나온 예시 문제를 모두 써서 답을 찾고 그걸 다 외워버렸다.

예시 문제가 매주 10개 정도였으니까 서술형 문제 120개 답을 통째로 외워버린 것이다.

외우고 컴퓨터로 쓰는 연습도 했다. (시험을 컴퓨터로 본다.)

 

 

120문제에 대한 답을 PPT 내용를 보며 찾고, PPT에 없는 내용은 구글로 찾아보았다. 서술형이라 모든 내용이 PPT에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내가 맞게 썼는지 친구와 비교해보았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수업 끝나고 교수님에게 물어보았다.

교수님은 수업 끝나고 빨리 가고 싶어하시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내가 기특했는지 항상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시험 전에는 무지 예민해져서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의 작은 행동(친구를 데려와 좀 시끄럽게 수다를 떤다든지, 설거지를 안 한다든지)에도 신경이 쓰이곤 했다.

그렇게 모든 문제를 달달 외우고 시험을 봤다. 내가 외운 예시문제도 나왔고 미처 외우지 못하고 그냥 읽고 이해만 하고 넘어갔던 PPT에 있던 내용도 나왔다.

어찌되었건 최선을 다해 시험을 봤다. 시험이 끝나니 정말 홀가분하더라. 최선을 다했으니 시험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좀 예민하게 굴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하우스메이트들과 친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한참 후 시험 결과가 나왔고 통과했다 ^ㅁ^ 

그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엄마아빠께 전화해 이 기쁜 소식을 전했고 친한 친구들에게도 알려주었다.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또 가장 친한 친구, 내가 어떻게 이 시험을 준비했는지 아는 이 친구도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내가 모르는 독일어 단어를 알려주었던 친구, 또 어떤 부분이 내게 어려웠는지 잘 알고 있는 친구는

Ich bin sehr stolz auf dich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

 

시험 결과가 나오고 시험 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교수와 함께 내 시험지를 보며 어떤 부분에서 틀렸는지, 내가 무엇을 잘못 이해했는지 볼 수 있는 시간.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땐 이런 기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또 이런데 가면 괜히 내가 점수에 불만을 품고 있어 보이는 줄 알았다.

그래서 사회구조 시험지 보러 가면서도 가도 되나? 생각을 했다.

 

내가 도착하니 교수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 시험지를 보고 왜 틀렸는지, 어떤 부분을 덜 썼는지, 또 내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던 부분 등 여러가지를 설명해주셨다.

모두 끝나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었고 또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 본 시험은 처음이라고.

통과해서 정말 기쁘고 그동안 내 질문에 항상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교수님께서도 기뻐하시며 앞으로도 잘 할거라며 격려해주었다.

 

 

 

 

 

 

 

 

 

 

 

 

3주 전에는 통계학4 시험(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R)을 봤다.

사회학을 전공하면 전공필수 통계학 수업이 3개다.

학교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통계학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이 시험 때문에 사회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지금까지 통계학1 시험을 통과했고 이번에 본 시험이 통계학4 시험이다. (전공 필수는 통계학 1,2,4 수업)

이번 통계학4 수업은 계절학기 수업으로 일주일동안(월-토)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시험을 봤다.

첫째날 둘째날까지는 따라갈 만 했는데 셋째날이 되며 내용이 아주 어려워지는거다.

그래도 수업에는 빠지지 않고 열심히 갔고 질문도 열심히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많은 질문을 했다.

금요일 토요일에 나는 거의 포기 상태였다. 내용이 너무 어렵고 진도가 빠르니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시험보러가는 날, 그래 그냥 경험삼아 시험보는 거야. 이주일 후 재시험 볼 수 있으니 그거 보는 연습이라 생각하자, 이렇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시험에 통과했다. 그것도 엄청 좋은 점수로!

통계학1도 그랬지만 통계학4 시험 통과는 나에게 기적같은 일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해도 어려운 시험은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 시험을 최선을 다해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 ^-^

 

 

 

 

 

 

통계학4 시험 이유로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그동안 떨어진 시험도 있지만, 이렇게 공부하면 붙을 수 있겠구나, 학점을 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4주째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와서 Hausarbeit를 쓰고 있다.

하루에 8시간 도서관에 있는 게 목표다. 8시에 오면 오후 4시에 집에 가고 10시에 오면 저녁 6시에 집에 가고.

Hausarbeit는 짧은 논문인데, 사회학 이론 수업을 끝내고 시험을 대신해 15-20장 짜리 소논문을 쓰는 것이다.

주제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Max Weber - 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수업에서 다뤘던 사회학 이론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쓰면 된다.

막스 베버의 이론이 흥미로워 골랐는데 책이 좀 어렵다.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원래 막스 베버가 어렵게 쓰기로 유명하단다.

한국 번역본을 E-Book으로 사서 함께 읽고 있다.

독일에 산지 4년 반이 되었지만 아직 막스 베버 책을 읽기에 내 독일어는 부족하다.

100년전에 쓰인 책이라 요즘 쓰지 않는 독일어 단어가 나오고, 또 막스 베버가 어찌나 문장을 길게 쓰는지...

번역본을 보고도 이해가 잘 가지않아 몇 번씩 더 읽어보기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좀 오래걸린다.

그래도 나는 원래 다른 독일학생들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까.

이렇게 매일 나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겁 먹지 않고 어쨌든 소논문 쓰기를 시작 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 Hausarbeit를 끝낼 수 있겠지.

그리고 또 다른 시험도 통과해서 졸업을 할 수 있겠지!

 

그럼 오늘 일기 끝!

 

 

 

 

 

 

 

2년 반이 지나 유투브에서 발견한 베버 영상! (2018년 5월 24일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