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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한독주니어포럼 1 - 늦으면 뭐 어때!

by 통로- 2022. 10. 27.

2022년 10월 26일 밤 11시 베를린


두 번째 한독주니어포럼 2022


두 번째 참가하는 한독주니어포럼이다. 오늘 느끼고 생각한 것은 오늘 가장 생생하니까 일기를 쓰고 잠드려 한다. 지금은 밤 11시. 내 옆에는 방을 같이 쓰는 친구 E가 잠들어있다.

나는 작년에도 한독주니어포럼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열렸고 이번 해에는 베를린에서 열린다. 이번 해는 한독포럼 20주년이다. 주니어포럼은 10주년이다. 한독포럼은 시니어포럼, 그러니까 전문가들이 하는 포럼이다. 주니어포럼은 한국과 독일의 젊은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포럼이다. 한독포럼과 한독주니어포럼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진다.

한독주니어포럼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음악을 공부하다가 사회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음대 다닐 때 국제학부 수업을 들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는 토론 시간이 있었다. 국제학부 학생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나는 주눅이 들었다. 나도 나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라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국제학부 학생들에 비하면 내 영어는 일상 회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음악 용어는 많이 알았지만 국제학부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정치, 외교, 사회 분야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국제학부 친구들은 토론 동아리를 하며 외국으로 토론 경연대회를 가기도 했다. 멋져 보였다. 영어를 저렇게 잘할 수 있다니!

독일에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블로그를 하나 발견했다. 그녀는 지방에서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 한 대학 국제학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영어로 전공 수업을 들으며 여러 대외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룬 것을 하나 하나 블로그에 기록했다.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해외 대학 탐방을 하고, 여러 국제회의와 포럼에 주니어 대표로 참가해 연설을 했다.

나는 그녀가 참 부러웠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그녀는 이미 하고 있었다. 나는 영어를 일상 회화 수준 밖에 못 하고, 독일어도 아기 독일어 수준으로 하는데다가, 사회학 전공수업은 이해도 잘 못하는데 그녀는 어린 나이에 나보다 훨씬 이룬 것이 많아 보였다.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25살에 독일에 와서 뒤늦게 사회학 공부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20대 초반에 국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반짝이는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나는 사회학 공부를 끝낼 수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 외에도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국제학부와 사회과학부(정치외교, 사회학), 외국어(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전공생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영어도 잘하고 제 2외국어도 기본으로 했으며, 정치 경제 분야에 아는 것도 많았다. 나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독일 대학에서 사회학 필수 과목인 통계학 전공 수업을 하나 하나 끝내고, 사회학 개론 수업을 재수강해서 통과하고, 사회학 이론 시험을 벌벌 떨며 보고, 과테말라에서 인턴을 하고,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고,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 책에 대한 소논문을 쓰고, 아우슈비츠 여성 오케스트라에 대해 소논문을 쓰고, 다른 전공 수업들도 모두 끝낸 후 학사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 몇 년 동안 나는 전공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는 것도 잊어버렸다.





첫 한독주니어포럼 2021


2019년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독주니어포럼이 베를린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 한독주니어포럼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 2019년에 나는 독일에서 학사 논문을 쓰고 있었다. 버스 사고가 나서 일주일에 두 번 물리치료를 받으며 노곤한 몸으로 책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독주니어포럼은 너무나 흥미로워보였다. 독일어로 하는 토론이라니! 나에게 정말로 딱이네! 나 사회학 수업에서 토론 수업 참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나에게 알맞은 포럼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학사 논문 쓰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몸도 아팠다. 그렇게 2019년 한독주니어포럼을 지원도 못하고 떠나보냈다.

2021년 다시 한독주니어포럼 공고를 발견했다. 인턴 지원을 알아보던 시기였다. 친구가 취업 공고가 올라오는 ‘하이브레인넷’사이트를 알려주었다. ‘하이브레인넷’에 올라온 KF 한국국제교류재단 취업 공고를 보다가 KF 홈페이지에들어갔다. 한독주니어포럼 참가자 모집 공고가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그래, 이제는 도전해볼 수 있겠다! 2021년 나는 학사 논문을 무사히 제출하고 학부 졸업을 한 후 석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고민하며 지원서를 작성해 한독주니어포럼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정말 좋았다.

작년에 한독주니어포럼에 참여하며 나는 신나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 것 같았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즐겁게 토론했다. 한국인 다섯 명과 독일인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외교, 화해, 연대’를 주제로 난민, 무기 수출, 유럽 연합과 아시아 연합에 대해 토론했다. 내가 사회학 수업에서 갈고 닦은 토론 경험이 빛을 바라던 순간이었다. 갈고 닦았다는 의미는 내가 토론을 잘한다는 말은 아니다. 토론 도중에 이해 못하면 질문하기, 수준 높은 독일어는 아니어도 자신 있게 말하기, 눈치로 토론 흐름 파악하기, 하고 싶은 말 메모하기 등 주눅들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용기를 갖고. (외국어로 토론할 때는 순간 순간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말 해도 되나?’ 생각을 접고 일단 말을 해보는 것이다.) 사회학 수업에서는 사회학 이론이나 통계 자료에 대한 토론을 했다면, 한독주니어포럼에서는 한국과 독일 사회에 대해 토론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부했다. 갑자기 생각나지 않은 단어는 옆에 앉은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볼 수 있었고, 노트북으로 재빨리 찾아볼 수도 있었다. 우리가 토론한 것을 제안서로 만들어 한독포럼(시니어포럼)에서 발표했고 좋은 피드백도 받았다. 우리가 쓴 제안서는 한국과 독일의 정부로 보내졌다. 내가 공부하고 경험한 것이 이렇게 쓸모있게 쓰이다니!





과거의 나에게


국제학부 학생 블로그를 보며 부러워 했던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독일에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하며 고군분투하던 나에게. 사고로 다친 몸 때문에 한독주니어포럼에 지원도 못했던 2019년의 나에게.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아직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야.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너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온단다. 늦으면 뭐 어때! 너는 음악을 전공했잖아. 예술을 공부한 사회과학도는 보다 더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볼 수 있을 거야. 너만의 특별함이 생기는 거야. 응원할게.”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을까? 두 번째 한독주니어포럼에 참가하는 나에게. 잠들면서 생각해봐야겠다.


한독주니어포럼에서 토론한 내용을 제안서로 만들어 한독포럼에서 발표했다. 작년 포럼 때 사진이다.



독일어 제안서. 잘 읽기 위해 표시를 해두었다.



독일어 제안서와 한국어 제안서를 작성하는 모습

 

 

 

 

 

 


 

 

 

 

2021년 11월의 기록 - 생생한 한독주니어포럼 이야기도 있다

 

 

2021년 11월 아침루틴 기록 - 요가와 명상, 기쁜 순간, 한독주니어포럼

2021년 11월 아침루틴 모임에 남긴 글을 옮겨왔다. 매일 사진으로 아침을 기록하는 모임이다.  요가, 명상, 물 마시기, 건강한 몸에게 고마워하기, 나를 기쁘게 하는 일 3가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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