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0일 밤 10시 베를린
한독주니어포럼 사전세미나 5일 차
1. 오전에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갔다.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린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를 직접 만나다니! 정말 신기했다. 이스트 갤러리 뒤쪽 강가를 하늘이와 함께 걸었다. 친구 하늘이에게 괴팅엔 블로그를 소개해주었다. 하늘이도 괴팅엔 아시아마트 알리만을 알고 있었다. 괴팅엔에서 라면이 가장 싼 가게! 팽이버섯이 단 돈 1유로인 곳! (지금은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3년 전 가격이다.) 오랜만에 괴팅엔 추억을 나누어 즐거웠다.
2. 베를린에서 포츠담으로 가는 길. 옆에 앉은 브릴레와 대화했다. 나의 상처를 마주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했다. 각자 다른 시기에 이 과정을 겪게 되는데 브릴레와 나는 비교적 일찍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3. 포츠담 송수시 궁전에 도착했다. 옆에서 걷던 구름이 나에게 물었다. 포츠담에 온 적이 있는지. 나는 2년 전에 포츠담에 왔었다. 베를린에서 순례길을 걸어 포츠담에 왔다. 베를린과 포츠담 사이 소나무 숲길을 걸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4. 포츠담 송수시 궁전. 발음이 정말 송수시(혀를 좀 굴려야 함)라고 들린다. 처음엔 성수? 성수시? 성수동이 아니고 성수시? 생각했다. 송수시 궁전 두 번째 방이 참 예뻤다. 마지막 방은 자연을 주제로 꾸민 방이었다. 앵무새 조각이 많았다.
5. 궁전을 다 보고 두 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있었다. 나는 궁전 앞 광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독주니어포럼 참가자 중 가장 말이 없는 루카스가 내 쪽으로 오더라. 한독주니어포럼 사전 세미나 5일 차, 지금까지 나는 루카스와 통성명만 했다. 루카스는 나에게 송수시 궁전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너무 예뻤다고 말하며, 마지막 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앵무새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루카스에게 궁전이 어땠는지 물었다. 루카스는 두 번째 방이 예뻤다며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세하게 답했다. 아니!! 루카스가 말하네? 무지 신기했다. 나는 루카스에게 어떻게 한독포럼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루카스는 자신이 조교로 일하는 이야기부터 어떻게 한독주니어포럼에 신청하게 되었는지 말했다. 우리는 전공 이야기와 막스 베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6. 포츠담에서 베를린 오는 길 버스에서 옆에 앉은 뮤체와 이야기했다. 뮤체가 대학원에 지원하며 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함께 읽었다. 나는 읽으면서 궁금한 것을 뮤체에게 질문했다. 뮤체의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뮤체는 뮤체가 지원한 대학원 프로그램에 꼭 맞는 지원자였다. 내가 교수라면 그를 뽑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바라는 대학원에 꼭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7. 베를린 유명한 맛집 김치공주에서 저녁을 먹었다. 긴 테이블 세 곳에 한독주니어포럼 참가자가 앉았다. 나는 세 번째 테이블 끝에 앉았다. 채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앉는 자리였다. 나, 소피, 마리아, 파울리나가 앉았다. 마리아와 파울리나는 지난 5일 동안 얼굴만 보고 인사를 아직 하지 않았던 친구였다. 우리는 서로 소개하며 '얼굴만 보고 아직 인사를 못했었지' 말했다. 소피는 둘째 날 아침 식사에서 짧게 만난 친구였다. 소피와 나는 야채 돌솥비빔밥을, 마리아와 파울리나는 야채 잡채를 시켰다. 우리 모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채식을 하는 공통점이 있어 우연히 함께 앉게 된 우리들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마리아는 음악을 좋아한단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손이 너무 작아서 못했다고. 나도 손이 작은 편이다. 손을 맞대 보니 우리 손 크기가 비슷하다. 소피와 파울리나는 영국 보이그룹 원 다이렉션 콘서트를 갔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원 다이렉션을 모른다고 하니 소피가 말했다. 잘 생긴 영국인 다섯 명이 있는 보이그룹이라고.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고 호텔에 같이 걸어왔다. 일요일 저녁 화려한 베를린 거리를 25분 동안 신나게 걸었다.
8. 호텔에 도착해 옆방 보훔이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았다. 보훔이와 나는 복도에서 만나 로비로 가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오늘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기록해야한다고 보훔이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글을 썼다. 글을 모두 쓰고 보훔이랑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보훔이 눈이 빨갰다. 나는 보훔이에게 피곤하느냐고 물었다. 보훔이는 너무 피곤하다고,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보훔이에게 한국에서 오느라 그런 거 아니냐고 물었다. 보훔이는 웃으며 자기는 독일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보훔이는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친구다. 나는 보훔이가 교환학생을 하는 것을 깜박했다. 우리는 깔깔 웃었다.
9. 오늘 무사히 '오늘 하루 기억에 남는 순간'을 썼다. 휴! 이제 푹 자야지!
오늘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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