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6일 저녁 베를린
한독주니어포럼 12일 차
오늘은 포럼 마지막 날이었다. 같은 조 친구들끼리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 조 친구들 말고도 포럼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했다. 나중에 또 만나자고 말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오전 10시에 체크아웃을 하며 떠났다. 나는 비행시간이 늦은 친구와 카페로 가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즐겁고 깊고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11시 즈음에는 다른 친구 둘이 와서 대화를 이어갔다.
12일 동안 포럼에 참여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하러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 독일 외무부 세미나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사람, 주니어•시니어 포럼 참가자가 모인 환영 만찬에서 마주 보고 앉았던 사람,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보며 같이 걷던 사람, 슈타지 박물관에서 마주친 사람, 포츠담 가는 길 나에게 자신이 쓴 대학원 지원서를 보여주던 사람, 포럼 당일 저녁 행사에서 신발끈이 풀려 의자에 앉아 신발끈을 묶던 내 옆에 앉았던 사람, 베를린 맛집 김치공주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길을 헤매며 호텔로 걸어갔던 사람, 주니어•시니어 포럼 10•20주년 행사 때 옆에 앉은 사람, 추워진 가을날 포츠담 시내 작은 와인 가게 겸 카페에 함께 앉아 카페 라테를 마시던 사람, 추운 날 Erinnerungsstätte Notaufnahmelager Marienfelde앞 야외에서 점심을 같이 먹던 사람, 채식 음식을 같이 먹던 사람, 포럼이 열리는 독일 연방 의회 건물까지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 비가 와서 연방 의회 건물 앞 버스에서 기다리며 이야기 나눈 사람, 토론 중간에 점심 먹으며 얘기하던 사람, 마피아 게임하며 쉬는 시간 창밖 밤하늘을 보며 어떤 별인지 알려주던 사람, 베를린 장벽 기념관을 걸으며 자신의 아버지도 동독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들어왔다던 사람 등.
누군가와는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누군가와는 재미있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고, 누군가와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누군가와는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했고, 누군가와는 꿈에 대해 말했다.
12일 동안 우리는 베를린에 모여 함께 웃고 고민하고, 어두운 역사(슈타지 건물, 베를린 장벽)를 기억하고, 토론하고 대화했다. 이것이 한독주니어포럼이 우리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을까? 잠시 일상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떠올려보는 것. 나와 다른 곳에서 살며 다른 이야기를 갖은 사람과 대화하며 영감 받는 것. 내 삶과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게 관심을 갖는 것(포럼 토론 주제).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응원과 격려는 주고받는 것.
나는 즐거운 12일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일부터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겠지.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들어도 운동을 하고, 아침마다 과일을 챙겨 먹을 것이다. 틈틈이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도 글을 올릴 것이다.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기숙사 담당 구역 청소를 할 것이다. 일상을 잘 살다가 어느 날 또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기겠지.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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