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8 금요일 밤 11:57분 베를린
한독주니어포럼 사전 세미나 3일 차. 오늘도 어제처럼 하루가 슝 지나갔다. 어제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고 잠들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했다. 지금도 무지 피곤하다. 하지만 오늘 인상 깊었던 일 3가지만 작성하고 잠들겠다.
1. 포럼에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저녁 먹으러 가는 버스에서 옆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했다.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블로그에는 내가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겠다. 친구에게 말하지 않고 친구가 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둘 다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삶을 이야기하는 글을 즐겨 읽는다고. 일상 이야기도 즐겨 읽고,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일과 삶에 대해 쓴 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내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책도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에세이를 즐겨 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에게 백수린 작가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소설은 많이 안 읽지만, 최근에 백수린 작가 소설 ‘여름의 빌라’를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로 읽어보았다고 말했다. 마치 에세이 같은 글이라 잘 읽힌다고 말했다. 나는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우리 둘은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글을 즐겨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친구는 블로그를 예전에 쓰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공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친구가 전공하는 경제와 독문학에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물었다. 친구는 인턴 경험을 이야기하며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논문 이야기와 글쓰기, 창의적인 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통계가 재미있는지.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통계가 재미있었나? 요즘 통계 수업을 들으며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재미있어요. 통계는 재미있어요. 통계 값을 찾아보는 게 재미있어요. 저는 통계를 좋아하는데 통계는 저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학창 시절에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데 수학은 나를 안 좋아하는 느낌 같달까요?”
내 말을 듣던 친구는 웃었다. 나에게 통계는 안개 퍼즐 같다. 통계 수업을 들으면 퍼즐이 맞추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 학기라도 수업을 안 들으면 맞춘 퍼즐이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통계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머리에서 지워는 것 같다. 나는 이어 말했다.
“안개처럼 퍼즐이 사라지고 다시 퍼즐이 맞추어지고, 또 안개처럼 사라지고 퍼즐이 맞추어지는 경험을 몇 번 더 하다 보면 통계가 저에게 익숙해지겠죠?”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나는 통계가 나에게 맞는지만 고민했다. 통계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웠으니까. 어렵다고만 생각하며 재미있었던 순간을 잊어버렸다. 나는 통계가 재밌다. 안개 퍼즐이 몇 번 더 맞추어지면, 내가 통계에 익숙해지면, 그때 나는 통계를 더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겠지?
이어서 우리는 로스쿨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친구 두 명이 떠올랐다. 첫 번째 친구는 학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지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웃 블로거다. 앞으로 독일에서 박사를 공부한 후 헌법재판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분이다. 또 다른 사람은 독일에서 만난 친구다. 법학 박사 논문을 쓰면서 로스쿨도 공부할 계획을 가진 친구다. 나는 한독 주니어 포럼에서 만난 친구에게 나의 두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법과 독일어가 만나는 순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메모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로스쿨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내 전공인 사회학에서 교육 분야로 계속 공부한 후 나중에 법 공부를 할 계획이라 말했다. 로스쿨이 될지, 법학 석사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책과 글쓰기, 블로그, 전공 분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서로를 응원했다. 참 좋은 대화였다. 오늘 하루 중에 기억에 남는.
옳은 것인가/ 이익이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 내향적인 사람들
저녁을 먹은 후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을 먹은 공간 앞에 상쾌한 가을밤 공기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완전한 내향형이라는 ㅍ, ㅍ와 오랜 친구인 ㅁ, 나, 그리고 ㅅ이 함께 말했다. 나는 외향형과 내향형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외향형이 기본 베이스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ㅁ가 ㅍ를 보며 말했다. “ㅍ는 주니어 포럼 10일 동안 외향형으러 살다가 포럼 끝나면 한 두 달 정도 말 안 하고 살 걸?”
우리는 모두 웃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내향형 친구를 만나 반가웠다.
3. 문워크
점점 뒤로 가는. 미소를 지으며. (이 이야기는 기니까 여기서 넘어간다.)
4. 오후에 커피 마시던 순간! 박물관 둘러보고 친구들 세 명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 행복했던 순간!
전공 공부 말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에요?
친구들 대답을 들으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5. 국회의사당 앞 호수에 세 명이 앉아 나누었던 대화. 파키스탄, 우간다, 과테말라, 가나에서 했던 국제개발협력 필드 경험. 낯설고 힘들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았던 곳에 대해 우리는 즐겁게 말했다. 서로가 있는 위치에 대해서도.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 생계, 부모님의 걱정 이야기도 나누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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