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못 쓴다

2022. 11. 13. 07:21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



노트북을 일주일째 못 쓰고 있다. 포럼에서 노트북 충전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숙소였던 호텔에 물어보았고 포럼 장소였던 연방 국회 건물에도 문의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포럼 담당자가 포럼이 열렸던 회의실에 직접 가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단다. 나는 노트북 충전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내게 일주일 시간을 주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찾아보고 안 되면 사기로 했다.

충전기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충전기에 내 연락처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물건에 이름을 써둔다. 하지만 노트북 충전기에는 연락처 스티커를 붙여두지 않았다. 정품으로 맥북 충전기를 다시 사려면 사면 10만원 정도 할 것이다. 예상 못한 지출이라 마음이 쓰라렸지만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충전기만 잃어버려 얼마나 다행인가? 노트북도 아니고 다른 물건도 아니고 충전기 하나뿐이니까. 최근에 잃어버린 물건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칭찬해줄 만했다.

일주일 동안 노트북을 못 썼다. 무엇인가 있다가 없으니 불편했지만 자유로웠다. 가방이 가벼워졌다. 학교 수업에 읽어가야할 텍스트는 도서관 컴퓨터로 읽었다. 수업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통계표를 보고 교수님께 질문했다. 블로그 글은 핸드폰으로 썼다. 며칠 전부터는 갤럭시 탭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무엇인가 없으면 대체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핸드폰과 갤럭시 탭이 그것이다. 특히 갤럭시 탭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일기도 쓴다. 어제는 줌미팅도 했다. 갤럭시 탭 6 Lite는 엄마가 쓰시던 것이다. 엄마가 드론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시며 갤럭시 탭을 쓰셨다. 사진을 핸드폰으로 확인하기에는 화면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년에 아이패드를 살까 고민중이었다. 학교 수업에 읽어가야 하는 텍스트를 아이패드로 밑줄 그으며 읽고 싶었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폰과 맥북이 있는데 아이패드까지 사는 게 맞나 싶어서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아이패드는 비쌌고, 두 번째로는 물건을 많아지는 게 싫었다.

 


작년에 부모님 집에서 놀고 있는 갤럭시 탭을 발견했다. 아이패드 대신 갤럭시 탭을 써보며 아이패드가 나에게 정말 필요한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엄마, 나 이거 써도 돼?"

엄마는 내게 흔쾌히 쓰라고 말했다. 우리 엄마는 당신의 물건을 언니, 나, 동생이 쓴다고 하면 언제나 흔쾌히 주신다.

 


갤럭시 탭은 뭔가 불편했다. 내가 애플 제품에 익숙해져서일까? 화면을 가로로 돌려 고정하는데도 몇 번이나 검색을 해야했다. 갤럭시 탭은 책장에 꽂혀있는 날이 더 많아졌다.

지난 일 년 동안 갤럭시 탭을 쓴 것보다 이번 일주일 동안 더 자주 썼다. 필요한 앱도 설치하고 화면 밝기 조절, 음량 조절에도 익숙해졌다. 가로 화면으로 고정하는 어플도 설치했다. 갤럭시 탭은 생각보다 유용하고 쓸모있었다. 내일 모레 노트북 충전기를 사러 가려한다. 노트북을 쓰면 갤럭시 탭을 지금처럼 자주 쓰지는 않겠지?


어제 아침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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