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베를린
2022년 12월 22일이다. 2022년 초에 세운 목표를 떠올려본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기'였다. 나는 원래 힘들 때 힘들다고 잘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독일에 온 이후로 더 그랬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내 선택에 책임지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업에 집중하고 싶었다. 인턴 준비를 하면서 시험공부도 충실히 하고 싶었다. 학사 논문을 쓰면서 석사 지원 준비도 꼼꼼하게 하고 싶었다. 학사 논문을 쓰다가 버스 사고가 나서 몸이 다친 후 논문이 무기한 연기됐다. 어서 논문을 끝내고 싶었다. 독일에 온 것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조금 복잡한 논문 주제를 선정한 것도 내 선택이니 감수해야 한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나는 힘들 때 주로 부모님께 힘들다고 말씀드렸다. 한국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이미 부모님도 경험하신 것이었다. 하지만 독일에서 내가 경험하는 것은 부모님이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내가 너무 큰 짐을 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함께 하니 버거운 게 당연했다. 과테말라 인턴 가기 전에 여러 가지 예방 접종을 맞으며 시험공부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버스 사고로 몸이 다친 후 학사 논문이 연기되는 건 당연했다. 내 선택이라 하더라도 힘들 수 있었다. 2021년 말 다짐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자! 적극적으로 말하자!
2022년 목표를 정말 잘 지켰다. 힘든 감정, 힘든 일, 아픈 몸, 걱정이 생길 때 여기저기 말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부모님, 동생, 괴팅엔 가족 언니, 괴팅엔에서 만난 법 공부하는 친구, 한국 동네 친구, 매년 초에 목표를 공유하는 친구, 기숙사에 함께 사는 친구들, 글쓰기 모임 친구들, 교수님, 학교 친구들, 리추얼을 함께 하는 친구들, 아침 루틴 모임, (토론 모임에서 만난) 이웃 도시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독일 남부에서 일하는 친구, 고모님, 영국에서 공부하는 친구, 봉사활동에서 만난 선생님, 포럼에서 친해지게 된 친구들, 동아리 친구들에게. 쓰고 보니까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구나! 고맙다.
말해도 괜찮았다. 다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공감도 해주고, 같이 고민도 해보고,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들려주었다.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나는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보냈다. 연말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연락해야겠다.
'일상 Alltag > 하루하루가 모여 heu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을 숙성하는 시기 (0) | 2023.01.12 |
---|---|
2023년에는 하나씩 덜하기 (0) | 2023.01.10 |
노트북을 못 쓴다 (0) | 2022.11.13 |
목요일 - 아무것도 안 하는 날,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 (2) | 2022.11.11 |
한독주니어포럼 4 - 내가 만난 사람들 (0) | 2022.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