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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작은 행복 kleines Glück

8주간의 항해, 글쓰기 모임 2기가 시작되었다

by 통로- 2022. 8. 25.
글을 쓰며 들은 '베란다 프로젝트' 앨범. 음악과 함께 글을 읽어보셔요!




2022년 8월 13일 베를린


다음 주부터 글쓰기 모임 2기가 시작된다. 설렌다. 나만 설레는지도 모르겠다 :) 2기 시작에 앞서 1기 후기를 남겨보려고 글을 쓴다. 글쓰기 모임은 독서·습관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20명이 함께하는 온라인 모임은 최근 읽은 좋은 책, 운동, 새로 시작하는 습관, 루틴 등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누군가 책을 소개하면 다른 사람은 그 책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 또 다른 누군가는 비슷한 내용의 책을 추천한다. 누군가 아침 공부 인증 사진을 보내면 다른 사람은 아침 운동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침 루틴 사진을 올린다. 누군가 고민이 있을 때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하며 격려한다

지난 5월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싶었다. 혼자 쓰는 것보다 함께 쓰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모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무려 여섯 명의 사람들이 함께하겠다고 했다. 글쓰기 모임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글쓰기 모임 참가자들은 줌 미팅에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플랫폼에 글을 쓰고 싶은지, 얼마나 자주 글을 쓰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시즌제로 하기로 했다. 글쓰기 모임 1기 주제는 '나'였다. 온라인 모임이라 서로를 잘 알지 못하니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은 노션(Notion)에 올리고 일주일에 글 한 편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두 달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2022년 8월 24일 베를린 수요일 오후


여기까지가 2022년 8월 13일에 적었던 글이다. 오늘은 8월 24일이다. 오늘은 글쓰기 모임 2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기 모임 '두 달의 대장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글쓰기 모임 2기가 시작되었다. 8주 동안 8편의 글을 쓴다. 내 목표는 '힘 빼고 글쓰기'다. 지난 1기에서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 보니 글을 매우 정성스럽게 적었다. 열정도 가득했다. 마지막 2주는 바빠서 글을 못 썼다. 그냥 휘리릭 써도 되었을 텐데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2기에서는 힘을 빼고 쓰기로 했다. 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으니까.

글쓰기 모임 2기 시작 전 줌 미팅을 열어 주제를 정해보았다.
1주: 매개체와 글
2주: 매개체와 글
3주: 나의 단어
4주: 우리의 단어
5주: 꿈을 모티브로 글쓰기
6주: 10년 후의 나에게
7주: 마지막 글
8주: 미정

글쓰기 모임 2기가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지난주 일요일이 첫 번째 마감이었다. 첫 번째 주제는 '매개체와 글'이었다. 하나의 매개체로 글을 써보았다. 매개체는 자유롭게 선택했다. 노래, 영화, 책, 다큐멘터리, 공간, 장소 등. 예를 들어 A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추억, B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 C 영화를 보고 그려보는 미래, D 공간에 가면 떠오르는 이야기 등. 나는 헬렌 켈러의 수필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을 택했다. 여러 매개체 후보들이 있었지만 지난주 일요일에 헬렌 켈러 책이 내게 필요했다. 가볍게 글을 썼다.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썼다. 하늘과 구름, 나무를 볼 수 있어 행복하고, 사랑하는 사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글쓰기 모임을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을 썼다. 주말 동안 나는 계획한 일을 미루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미루는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 나에게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 글을 쓰니까 미룬 일을 할 마음이 생겼다. 글을 쓰고 미루었던 저녁 산책을 나갔다.

 

지난주 내가 쓴 글을 소개해본다. 

볼 수 있다는 것 -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제목을 클릭하면 글을 볼 수 있다.)

 

 

 

 

 

 

 

 



마감이 3일 지난 오늘 오후 나는 글쓰기 모임 참가자들이 지난주에 쓴 8편의 글을 읽었다. 한 참가가 쓴 김동률 음악에 대한 글을 읽으니 '베란다 프로젝트' 앨범이 생각났다. 작년 이맘때 친구가 알려준 앨범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듣고 싶어졌다. 창문을 활짝 열고 오후의 파란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음악을 벗 삼아 8편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았다. 다양한 매개체가 등장했다. 김동률 음악,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 영화 <킹스 스피치>와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과 3악장, 나심 탈레브의 책 <행운에 속지 마라>, 프랑스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 마돈나 <Like a Virgin>. 다양한 매개체와 글쓴이의 경험을 들으니 흥미로웠다. 그 글이 매개체가 되어 나에게도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그 추억을 기록해본다. 

김동률 음악에 대한 글을 읽으며, 김동률 음악을 처음 접했던 때가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김동률의 감사를 불러주셨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노래라니! 매우 생소했지만 노래가 참 좋았다. 그 후에 김동률 목소리로 김동률 노래를 들어보았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특히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살랑살랑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후로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 옛 연인과 강가에서 산책할 때 나는 그에게 이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추억이 많은 노래다. 김동률의 The Concert도 좋아한다. 삶에 대한 설렘이 느껴지는 노래다. 김동률과 이상순이 만든 '베란다 프로젝트' 앨범의 <산행>도 즐겨 듣는다. 한국에서 등산할 때, 독일에서 산책할 때 듣는 노래다. 글쓴이가 고등학교 때 김동률 음악을 들었다는 글을 읽으니, 내가 고등학교 때 즐겨 들었던 Tim의 <사랑합니다>가 떠올랐다.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팀 노래를 들으면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그때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에 대한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겨우, 서른>을 '삶에 들어온 초콜릿 상자' 같은 작품이라 표현했다. 멋진 표현이었다. 최근 내 삶에 들어온 초콜릿 상자는 무엇일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두 달 전부터 매주 월요일에 쓰는 <일주일 일기>가 떠올랐다! 글쓴이는 드라마 대사를 소개했다. "갈피를 못 잡는 나날들이 우리들을 눈부시게 성장시키죠" 내 마음에도 와닿았다. 삶은 갈피를 잡는 날보다 못 잡는 날들이 더 많다. 지금 내 삶도 그렇다. 미래에 오늘을 돌아보면, 나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

영화 <킹스 스피치>에 대한 글을 읽었다. 영화 마지막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유머로 승화하는 주인공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말 더듬는 습관을 고치던 시간에 주인공도 갈피를 못 잡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나이와 상관없이 갈피를 못 잡는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은 사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심 탈레프 책 <행운에 속지 마라>를 소개해며 글쓴이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도 글쓴이가 글에 쓴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만한 큰 마음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헤어졌다. 돌이켜보면 이해해주지 않아도 되었는데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를 이해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 나는 이 사실을 연애 마지막에 깨달았다. 나는 글쓴이의 이별을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마지막은 릴레이 소설이었다. 글쓰기 모임에 참가하는 일곱 명은 소설을 이어서 쓴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함께하면 즐겁지만 상대를 늘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다. 나에게도 이런 연인이 있었다! 회피형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연애하고 헤어질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소설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연애 경험이 다 헛된 것은 아닌가 보다.

<베란다 프로젝트> 앨범을 들으며 글 8편을 모두 읽었다. 좋은 음악과 좋은 글이 함께한 오후였다. 글쓰기 모임 2기에서 어떤 글과 어떤 생각을 교류할지 설렌다. 신나게 글을 써보아야지! 8주 동안 항해가 시작된 느낌이다.





 

 

 

 

오후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