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3일 새벽 6시 베를린 내방
새벽에 눈이 떠졌다. 5시다. 침대에서 한 시간 더 머무르기로 했다. 기상 시간이 6시이기 때문이다. 눈을 붙이고 잠을 잤다. 다시 눈을 뜨니 6시다. 첫 번째 아침 루틴인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떠올렸다. 카톡을 열어보니 아버지 문자가 와 있다. 오늘 아버지는 나 대신 수녀님께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전해주러 가셨다.
나는 두 달 전 한국의 수도원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듯 수도원에서는 피정을 한다. 수도원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1인 피정이 진행되었다.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던 수녀님께서는 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3일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내가 한국에 없으니 아버지께서 나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수녀님께 전해드렸다.
카드를 받으신 수녀님은 나에게 문자를 보내셨다. 기억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수녀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피정이 참 좋았다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곳에서 지낸 3일이 참 특별했다고 말씀드렸다. 수녀님이 계시는 수녀원은 유치원을 운영한다. 나는 어렸을 때 그 유치원에 다녔다.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도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선물했다. 달력에는 24개의 초콜릿이 담겨 있다. 12월 1일부터 초콜릿을 하나씩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나는 친구를 직접 만나 초콜릿 달력을 전해주었다. 친구는 달력을 보며 신기해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친구에게 달력에 있는 그림을 설명해주었다. 친구는 주의 깊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 문이 24개가 있어. 12월 1일에 1번 문을 열고 초콜릿을 먹는 거야.
친구: 신기하다! 지금 초콜릿 하나만 먹어봐도 될까?
나: 안 돼. 초콜릿은 12월 1일부터 먹는 거야.
친구: 초콜릿 맛이 궁금한데.... 하나만 먹으면 안 될까?
나: (고민하다) 그래. 하나만 먹어봐. 그럼 1번이 써진 문을 찾아봐 :-)
1번 문을 찾은 친구는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입에 넣고는 말한다.
친구: 맛있다!
나: 맛있어? 다행이네!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돌아왔을 때 친구의 문자를 받았다.
친구: 초콜릿 못 참고 더 먹음 ㅋㅋㅋ
친구는 초콜릿이 맛있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단다. 손이 저절로 가버렸다고.
지난 몇 년 동안 조카들에게만 보내던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수녀님과 친구에게도 선물할 수 있어 기뻤다. 참, 조카들은 아직 달력을 선물 받지 못했다. 일찍 주면 초콜릿을 먹어버리니 12월 1일에 맞춰서 전달할 계획이다. 조카들 초콜릿은 부모님집 작은 방에 잘 두었다.
덧붙이는 글:11월 26일 조카들에게 연락이 왔다. 정확하게 말해서 아버지가 조카들의 인사를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조카는 '이모 고마워요, 초콜릿 맛있게 먹을게요!' 영상 편지를 남겼다. 학원에서 돌아온 첫째 조카는 '이모, 저희 초콜렛 보내줘서 고마워요. YH' 문자를 보냈다.
초콜릿 달력 에피소드 모음: 2015년
2018년
2020년
2020년 기숙사 초콜릿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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