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2일 월요일 저녁 베를린 내방
오늘 저녁 사워를 하고 머리를 말렸다. 다 말린 후 헤어드라이기를 서랍에 넣고 머리를 만져보았다. 머리숱이 꽤 많다. 기뻤다. 머리숱이 많아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몇 개월 전 나는 이별을 했다. 예상치 못했던 이별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상대를 직접 만나 예의를 갖추어 이별했다. 우리 관계에서 좋았던 점과 그를 만나며 내가 배우게 된 점을 말했다. 그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길 나도 그에게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을 갖고 좋게 헤어졌지만 이별 후 폭풍은 컸다. 모든 이별이 그러하리라. 나는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많이 걷고 열심히 근력 운동을 했다. 마음이 쓸쓸할 때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주었다. 한 달 정도 열심히 나를 돌보니 조금 괜찮아졌다. 그때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많이 빠져 있었다. 내 마음은 괜찮은데 왜 머리가 빠질까 의아했다. 마음 깊은 곳은 아직 아물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와 만나서 참 좋았고 우리가 헤어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괜찮아졌다. 매일 아침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한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 머리숱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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