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2021. 11. 13. 11:27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11월 13일 새벽 3시 베를린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되어 이 시간에 깨어있다...

 

 

친구 B가 알려준 고등어조림 레시피로 만든 두부조림. 집에 고등어가 없어 두부로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더라. 친구들과 줌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셋은 10개월 전 우연한 기회로 만나 지금은 매일 근력 운동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나 우정을 쌓던 시간은 마치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만났던 때 같았다. 매일 만나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다. 성인이 되어 이렇게 우정을 쌓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친구 B: 나는 있잖아. 원래 듣는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너희들과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 

나: 그랬구나! 나는 오히려 말하는 걸 좋아했는데 너희들이랑 있으며 많이 들어보려고 했어.

친구 B: 정말? 나는 네가 원래 잘 듣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와 대화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메모할 정도다. 친구의 말을 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메모하지 않으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근력운동을 하는 친구 B와 S와 대화할 때는 메모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고, 기회를 놓치면 그냥 안 하고 넘어간다. 하고 싶은 말을 잠깐 생각해 두었다 흘려보내는 것이다. B와 S와 이야기할 때 나는 3초를 기다린다. 한 사람 말이 끝나고 3초를 기다리면 다른 친구가 말을 한다. 3초 후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때 내가 말을 한다. 

 

3초 기다림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말이 느리고 내향적인 사람과 말할 때 좋다. 느린 친구와 대화할 때 내가 상대의 말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말이 다 끝난 줄 알고 내가 말을 시작했는데 상대가 말을 하고 있는 경우다. 

 

듣는 연습을 하며 친구 B와 S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B는 나보다 먼저 독일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친구다. 친구와 대화하며 친구의 지혜로움이 놀란다. 독일에서 외국인으로 살며 겪는 여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따뜻하게 대화하는 법을 친구를 통해 배운다. 친구 S는 알면 알수록 깊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밝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그녀의 성숙함에 놀란다. 아마도 S의 현명한 어머니 덕분인 것 같다. S는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자주 인용한다. S와 대화하다가 S의 어머니도 이근후 작가와 이규천 작가의 책을 읽으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매일 만나니 소중함을 잊기 쉽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 좋은 대화를 하고 근력 운동을 하며 복근을 키우는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지? 순간 순간 행복함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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