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보내는 하루

2021. 9. 9. 21:22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9월 9일 목요일 밤 9시

 

 

 

수도원에서 보내는 첫날이다. 저녁 식사 중 맞은편에 계신 수녀님이 물어보셨다.

 

"왜 피정에 오시게 되었어요?"

 

나는 6년 전 스페인 순례길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작년에 걸었던 베를린 순례길, 이번 여름 한국에서 걸었던 순례길을 말씀드렸다. 길 위에서 나를 찾았듯, 수도원에 머무르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데미안에 나온 구절처럼.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Das Leben jedes Menschen ist ein Weg zu sich selber hin, der Versuch eines Weges, die Andeutung eines Pfades.

(데미안, 헤르만 헤세 Demian, Hermann Hesse)

 

 

한국에 오면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었다.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은 절도 봐 두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먼 곳에 있는 절보다 가까운 수도원에 가면 되겠다고. 내가 유치원을 다녔던 곳에 함께 있는 수녀원에. 수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화를 했고 며칠 후 수녀님을 뵙게 되었다. 수녀님과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대화하며 내가 누구이고 왜 피정을 오고 싶은지 말씀드렸다.

 

2주 후 며칠 묵을 짐을 가지고 다시 이곳에 왔다. 낯설지만 익숙한 곳에서 첫 날을 보내고 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유년 시절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에서 보낼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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