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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순간 - 2022년 다이어리 준비하기 + 스페인어

by 통로- 2021. 12. 2.

2021년 12월 2일 오후 12:30

베를린 내 방

 

 

음악과 함께 글을 읽어보세요

 

 

 

 

 

 

 

 

 

행복한 순간

 

2022년 다이어리를 준비하며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빛이 아름다운 시간에 살랑살랑 설레는 음악을 들으며 다이어리 속지를 펀치로 뚫고 있는 순간이. 나는 손으로 무엇인가 하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고 그림도 즐겨 그렸다. 편지와 일기도 즐겨 썼다. 다이어리 쓰는 것도 좋아한다. 

 

사진에 보이는 다이어리는 2022년 다이어리다. 2021년 12월부터 쓰고 싶어서 새로운 속지를 넣었다. 다른 다이어리에서 속지를 잘라 펀치로 뚫은 다음 2022년 다이어리 링을 벌려 넣었다. 내 마음대로 속지를 바꿀 수 있는 다이어리라 좋다. 2016년도 같은 다이어리를 썼다. 사진에서 핑크 다이어리 뒤에 있는 다이어리다. 2016년에는 다이어리 속지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몰랐다.

 

2022년 다이어리를 고르며 고심했다. 예쁜 다이어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꽤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는 이런 것에 진심인 편이다 :-)  최종으로 3개 다이어리가 후보에 올랐고 사진의 핑크 다이어리가 선택되었다. 크기가 작고 무겁지 않으며 스페인어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 속지가 발랄하여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한몫했다. 

 

 

 

 

 

 

 

스페인어

 

나는 스페인어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페인어를 즐겁게 배웠기 때문이다. 2015년 부모님과 스페인 순례길을 걸으며 스페인어를 처음 써보았다. 2016년 과테말라 음악교육 NGO 인턴을 하며 스페인어를 제대로 배웠다. 매일 아침 스페인어 수업에 가고 오후에는 어린이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바이올린, 플루트를 가르쳤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스페인어는 시험을 보거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배운 언어가 아니다. 소통하기 위해 배운 언어다. 말부터 배웠다. 어린 아이가 엄마 말을 들으며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나는 스페인어 문법이나 글쓰기보다 말을 더 잘한다. 

 

이렇게 읽으면 내 스페인어 수준이 대단해 보인다. 전혀 아니다. 나는 초급반을 마쳤을 뿐이다. 2016년 과테말라에서 인턴을 마치고 독일 대학에서 한 학기 더 스페인어를 배우며 초급반을 마쳤다. 중급반을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 독일어로 전공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니 스페인어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어 수업은 듣지 못했지만 과테말라에서 만난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을 했다. 괴팅엔 대학에 스페인어 모임이 있을 때도 참가했다. 시간을 많이 내서 배울 수는 없었지만 스페인어 끈을 놓지는 않았다. 

 

현재 나는 베를린에서 석사를 하고 있다. 여전히 선택과 집중의 삶을 살고 있으며 스페인어 수업 들을 여유는 없다. 전공 수업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나는 매일 스페인어를 듣는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페루, 멕시코, 파나마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 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기숙사에 스페인어 모국어자가 세 명이나 있다. 얼마나 큰 행운인가! 

 

다시 스페인어를 배울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기숙사에서 즐겁게 스페인어를 들을 계획이다. 다이어리에 모르는 스페인어가 많아도 괜찮다. 어떻게 생겼는지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다이어리를 쓰면서 2015년 스페인 순례길, 2016년 과테말라를 추억해야지. 미래에 다시 스페인어를 배울 기회를 꿈꾸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