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9일 수요일 오후 1시 우리 집 내 방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주로 제출 기한에 맞추어해야 하는 과제나 온라인 시험이 그렇다. 그냥 해서 내면 되는데 그냥 하기 싫다. 과제와 온라인 시험을 미리 차근차근 준비했는데도 마지막에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무엇인가 하기 싫은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유를 찾고 문제를 해소하고 공부하면 되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때가 있다. 당장 제출해야 한다. 이럴 때는 내가 그동안 무엇인가를 너무 하기 싫었던 때를 떠올려본다.
일요일마다 조교로 일했던 악기 박물관
꿈의 직장 같았던 악기 박물관에도 가기 싫은 날이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었고, 왜 나는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나 푸념이 나왔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피곤했다는 거? 전날 저녁 푹 자지 못했거나 늦게 잠들었거나. 그래도 돈을 받는 일이니 빠질 수 없었다. 성실하게 일요일마다 악기박물관에 갔다. 또 가면 조교 친구들이랑 만나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 방문객과 대화하며 즐겁기도 하고.
시험 보러 가는 길
어떤 날은 시험 보러 가는 게 그렇게도 싫었다. 현대사회학이론 시험과 통계학 4 시험이 그랬다. (생각나는 게 두 시험뿐. 더 많을 수도 있음.) 시험공부를 충분히 못 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내용이 어려워서 공부하는 속도가 너무 더뎠다. 분명 떨어질 것 같았다. 시험 보러 가기 싫더라. 너무 싫었다. 특히 전날 공부가 거의 안 됐다. '어차피 봐도 떨어질텐데 공부는 왜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험 전까지 공부한 과거의 내가 안쓰러워 길을 나섰다. 통계학 4 시험 보러 가던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화창한 오후 기숙사에서 30분이 걸리는 학교에 걸어가면서 '괜찮아. 떨어지면 재시험 보지 뭐. 그냥 편하게 보자.' 생각했다. 뒤돌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현대사회학이론 시험과 통계학 4 시험에서 반전이 있었다. 두 시험 모두 통과했다. 현대사회학이론 시험 점수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통계학 4 시험 점수는 무려 매우 좋았다. 이런 반전이!! 이 두 시험이 생각나는 이유는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친구랑 만나는 약속일 뿐인데도
분명 친구랑 놀려고 약속을 잡았는데도 가기가 싫을 때가 있다.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데도 그냥 가기 싫었다. 준비하고 나가기 귀찮았다. 친구뿐 아니라 데이트도 그럴 때가 있었다. 정작 나가면 신나게 놀 거면서 왜 이렇게 가기 싫은 마음이 생겼을까?
오늘도 너무 공부하기 싫어서 써보는 글이다. 일단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샤워했고 책상에 앉았다. 그냥 시작해보련다. 세상에는 이유 없이 하기 싫은 일이 있기 마련이니까.
경쾌한 합창음악 John Rutter - Magnificat. 베를린 동네 성당 합창단에서 불렀던 노래다. 오늘 공부 시작 전에 샤워할 때부터 지금까지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다. 하기 싫은 마음을 달래는데 음악이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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