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심은 작은 씨앗 - 법 공부

2021. 8. 16. 18:00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8월 16일 저녁 6시 우리 집 거실

 

 

 

순례길과 법 공부


1년 전 나는 학업에서 실패를 겪고 베를린 순례길을 시작했다. 길을 걸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았다. 내 손에 쥐어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오히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떠오른 게 법 공부였다.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는 법학이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에이, 내가 어떻게 법학을 공부해.' 하고 말았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법 공부가 다시 떠올랐다. 순례길에서 돌아와 로스쿨을 검색해보았다. 한국 로스쿨과 미국 로스쿨은 너무 멀게 느껴졌고 유럽의 이웃 나라 로스쿨은 준비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독일에는 로스쿨이 없으니까.

네덜란드 로스쿨을 알아보았다. 어떤 전공이 있고 몇 년 공부를 하고 어떤 장학금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네덜란드 로스쿨을 다닌 블로거 글을 찾아보고 튤립 장학금 후기도 읽었다. 유튜브에서 네덜란드 로스쿨을 검색해서 영상도 보았다. 그때 안 변호사님을 알게 되었다.

안 변호사님은 한국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외교부에서 일하시다 미국으로 가셨다. 미국에서 JD 과정을 공부하며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오셨다. 안 변호사님의 네덜란드 로스쿨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보고 다른 영상도 찾아보았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블로그도 하신다기에 블로그 글도 읽었다. 안 변호사님이 하시는 온라인 모임에 참가하며 지난달에 줌 미팅에도 함께했다. 그때 박 변호사님을 알게 되었다. 박 변호사님은 새내기 변호사로 독일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로스쿨을 다니기 전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셨고 지금도 독일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계셨다. 나중에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관련 분야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두 변호사님을 만나다


지난주 금요일 안 변호사님과 박 변호사님을 만났다. 두 분을 만나러 가는 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운 날씨에 맞는 편한 옷을 입고 나왔는데 '변호사님을 만나는데 단정한 옷을 입어야 했을까? 내가 너무 학생 같아 보이나? 두 분은 직장인인데.' 고민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긴장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님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긴장과 설렘이 함께 있었다. 설렘을 들여다보았다. 1년 전 순례길에서 다짐했던 일에 한 발짝 가까이 와 있어 내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어떻게 내가 법 공부를 해'가 아니라 '법 공부하고 싶었잖아. 해보자.'라고 순례길에서 생각했던 일.

두 변호사님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캐쥬얼한 옷을 입고 계셨다.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네 시간 동안 떡갈비와 커피를 마시며 긴 대화를 나누었다. 안 변호사님은 10년 치 살아온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표현하셨다. 정말로 그랬다. 안 변호사님의 책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엄마와 변호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대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점심을 먹으며 나누었던 두 변호사님 이력 뒤에 있는 숨은 이야기였다. 안 변호사님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분야 일을 하게 된 이야기와 박 변호사님이 로스쿨을 가게 된 계기. 두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내가 느낀 바를 간략하게 적어보겠다. 두 분은 우연히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어떤 일을 하였고 안 변호사님에게는 현재 자신의 새로운 업무가 되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님도 누군가를 도와주다가 로스쿨을 알게 되었고 3개월 전부터 새내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바라지 않고 했던 일이 결국엔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나의 삶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블로그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블로그에서 만난 인연이기 때문이다. 인연의 시작은 블로그가 아니었지만 세 명 모두 블로그가 있었기에 서로를 잘 알 수 있었다. 안 변호사님, 박 변호사님, 내 블로그는 수익을 창출하는 블로그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도 한때 수익을 창출하는 글을 써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당장은 블로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없어도 우리의 생각과 일상을 남기는 블로그에서 우리는 비슷한 가치관을 갖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에 좋은 인연이 될 사람들을. 우리는 앞으로도 그런 인연을 더 만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내가 심어 놓은 작은 씨앗


두 변호사님을 만나고 와서 나는 법 공부를 꾸준히 하기로 했다. 독일어로 법 공부를 하는 스터디도 만들 계획이다. 독일 법부무 사이트에 들어가서 독일어 법 용어를 익혀본다든지, 독일 헌법을 읽어본다든지, 관심 주제 법 조항을 함께 읽어본다든지, 유튜브에서 독일어로 된 법대 수업을 들어본다든지 (후기 공유, 모르는 것 질문, 새롭게 안 것 이야기해보기), 독일어로 된 법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등 느슨하고 재미있게 법 공부를 해볼 계획이다.

참! 나의 로스쿨 계획은 장기 플랜이 되었다. 1년 전 베를린 순례길을 걸으며 네덜란드 로스쿨을 계획했을 때 나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네덜란드 로스쿨이 한국이나 미국 로스쿨처럼 다른 학부 전공을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다. 네덜란드 로스쿨 LLM 과정을 가기 위해서는 법대 전공과목 학점이 필요했다. 나에게는 법학 전공과목 학점이 없었으므로 사회학 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 덕분에 나는 네덜란드 로스쿨을 충분히 알아보게 되었다. 또 안 변호사님 유튜브를 보며 한국, 미국 로스쿨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내가 언제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할 것이다. 인생에는 방향을 두고 그곳으로 향하는 느슨한 목표도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작년 베를린 순례길을 걸으며 심은 '법 공부' 씨앗이 작은 새싹이 되었다. 나는 변호사님들을 만났고 작게나마 법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언젠간 이 새싹이 꽃이 되는 날이 오겠지? 나무가 될지도 모르겠다.





베를린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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