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2021. 7. 27. 06:27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7월 27일 새벽 6시 내방

지난 주말 처음으로 광안리에 가보았다. 여름 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며 한국을 알아가고 있다. 부산이라는 멋진 도시도.

친구와 만나 광안리 해안가를 걸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라 여러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음악캠프로 와서 가보았던 부산 해안가부터 예전에 만났던 사람과 걸었던 바닷가까지. 도시의 바닷가는 어디를 가도 비슷해 보였다.

요즘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최근 몇 개월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학교에서, 스터디 그룹에서, 대학원생 온라인 모임과 온라인 운동 모임에서, 습관 모임에서, 한국에 와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까지. 나는 적은 사람들과 깊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의 성향에 잘 맞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을 꼽으라면 단연 부모님이다. 너무 가까워서 소중함을 모를 때도 있지만, 부모님과 가까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순간순간 느끼고 있다. 부모님께 예상치 못한 잔소리를 들을 때면 '엄마, 그래도...', '아빠, 알겠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하다 보니 잔소리 듣는 일이 줄었다.

다른 소중한 인연은 좋은 친구다. 독일에 있었을 때부터 알았던 친구인데 한국에 오니 자주 만날 수 있다. 가치관이나 읽는 책, 유머 코드가 맞아서 함께 있으면 즐겁다. 우리는 많이 다르지만 달라서 좋다. 가까운 친구는 나의 거울이라 하더라. 나는 친구가 내 친구여서 참 기쁘다. 친구는 이런 표현을 조금 쑥스러워하지만, 친구가 자신의 맑은 거울로 나를 비추어주어서 좋다. 친구에게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 나도 친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시답지 않은 서로의 농담에 웃을 수 있어 좋다. 친구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 좋다. 내가 친구에게 꽤나 괜찮은 존재일 수 있어 좋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나는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참 기쁜 일이다.

친구는 오랜만에 한국에 온 나를 보고 외계인 같다고 놀린다. 버스에서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지 묻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두 달 전 내가 한국에 왔을 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체크카드가 막혀서 배달음식을 시킬 수 없었다. 친구는 자신의 카드로 음식을 배달시켜주었다.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친구 차를 타고 이곳저곳 다닐 때도 나는 친구에게 고맙다. 친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나에게는 무척 고마운 것이 된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짜장면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보통 밥을 먹을 때 돌아가며 산다. 나는 친구에게 짜장면 먹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짜장면을 사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두 번째 먹는 짜장면이었다. 친구는 별것도 아닌데 내가 고마워한다며 웃었다. 나는 친구의 그런 모습도 고마웠다. 친구는 자신이 맛있게 먹은 음식을 나에게 추천해주고, 나를 만날 때 가지고 오기도 한다. 친구 덕분에 맘스 터치 치킨 버거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감탄했다.

나의 2021년 목표는 행복한 순간에 행복함을 아는 것이다. 순간순간에 존재하며. 나는 한국에 와서 행복한 순간에 마음껏 행복해하고 있다.

삶에서 만난 인연을 감사히 여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와 함께한 부모님,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에게 고맙다. 나를 지지해주는 많은 분들과 내 삶에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도.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 공부하는 친구들, 아침 루틴을 공유하는 친구들, 수업 듣는 친구, 일상에서 만나는 이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내 삶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친구는 나 자신뿐이다.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친구가 있으니 든든할 것이다.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친구에게도 친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삶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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