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잖아

2021. 7. 14. 19:34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2021년 7월 14일 저녁 우리집 내방 키 큰 서랍장

 

괜찮아,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잖아




요즘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독일에서는 일상과 학업이 전부였다. 단순화된 일상이었다. 4개월 전부터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2개월 전 한국에 오니 일상이 더 다이내믹해졌다. 자가격리, 시차 적응, 가족 일정, 소중한 친구들 만나기 등. 한국에서는 독일에서 만큼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시험 기간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학기를 더 열심히 보냈어야 했는데. 하지만 아쉬움은 언제나 있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지난 학기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번 학기에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학업적으로 안정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몸도 건강해졌다. 코로나 덕분에 한국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건강하지? 그럼 됐어



어떤 시기에는 학업에 몰두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몰두하다보면 건강을 잃기 일쑤다. 주변에 대학원을 다니고,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건강이 먼저다. 공부는 마라톤이니 건강을 꼭 챙겨라.'이다. 조금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도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몸은 나와 평생 가는 친구 아닌가. 젊었을 때부터 잘 챙겨주어야 한다.

건강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잘 챙기고 있는 게 건강이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잘 싼다. 이 네 가지가 채워지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비록 학업에 모든 열정을 쏟을 수 없지만 건강하니 됐다. 이번 학기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학기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 이 정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건강 이야기로 돌아가자. 나는 한국에서 매끼 텃밭 채소를 먹는다. 부모님께서 부지런히 가꾸시는 작은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 깻잎, 부추, 오이, 고추, 가지를 먹는다. 생채소로 먹으니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밥은 잡곡이 많이 들어간 잡곡밥을 먹는다. 부모님집 밥솥은 압력밥솥(베를린집 밥솥은 전기밥솥)이라 밥맛도 좋다. 간식으로는 오이와 당근, 견과류(아몬드, 땅콩, 호박씨)를 먹는다. 가끔 과자를 먹기도 하는데 드물게 먹는다. 과자 말고도 맛있는 자연에서 나온 간식(오이, 당근, 견과류)이 많기 때문이다.



 

 

 

 

60대 부모님과 30대 나



밥을 먹으며 부모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비가 오니 상추를 따와야지. 가지가 많으니 가지나물을 해야겠다. 내일 날씨는 어떤가. 방문에 새 철봉을 달아야겠다. 밥할 때는 조금씩만 하자. 요즘은 옥수수가 맛있다. 냉장고에 있던 삶은 달걀은 다 먹었는지. 두부 사야겠다. 고추가 많아서 고추나물을 만들었다. 요즘 죽순 철이라 죽순이 많은데 죽순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인가. 날이 더우니 일찍 등산을 가야겠다.'

소소한 대화 말고 진지한 대화도 나눈다. 60대인 부모님은 30년을 더 사시고, 30대인 나는 60년을 더 산다. 그래서 부모님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내가 독일에 있느라 부모님과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 앞으로 내가 독일에 돌아가면 못 할 이야기까지 부모님은 내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큰 주제는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철학적인 이야기도 있고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도 있다. 무엇에 가치를 두며 일하고, 어떤 책을 읽으며, 배우자를 만날 때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자녀 교육에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가고, 생활은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







다 건강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건강하니까 이렇게 글도 쓰고 부모님과 좋은 시간도 보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떠는 것 아니겠나. 한국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다. 코로나 덕분에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어 한국에 오래 머물 수 있다.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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