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6일 화요일 저녁 8시
물리치료를 받고 온 날에는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내 어깨와 등 마사지할 때 오일을 발라주시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레몬 오일이었고 오늘은 라임 오일이었다. 연휴 6일 째인 오늘 하루를 게으르게 잘 보냈다.
오늘 점심 먹으며 쓴 글을 가져와본다.
감자는 쫄깃쫄깃
애호박은 부드럽다
애호박 향이 은은하다. 수분을 머금은 애호박 씹는 맛이 좋다. 감자칩에 진심인 나는 거의 모든 감자 요리를 좋아한다. 살짝 덜 익은 삶은 감자가 내 입맛에 맞는 듯 🙂
간단 조리법: 물을 끓여 감자를 썰어 넣는다. 감자가 어느정도 익었을 때 애호박을 넣어 잠깐 끓여준다.
연휴 6일 차(이번 학기 교육사회학 페이퍼 내고 내가 나에게 휴가를 주었다) 눈 오는 4월의 베를린. 오후 한 시에 친구들과 즐겁게 플랭크하고 수다 떤 후 늦은 점심을 준비했다. 물리치료받으러 가기 전 맛있는 감자와 애호박을 먹는다.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 책에서 무엇을 먹고 말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하는 지가 결국 나의 삶이라 하였다. 나는 오늘 잘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듣고 좋은 이야기를 하고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한다. 내 몸을 위해 요리하며 시간을 가치 있게 썼다. 물리치료받으러 가는 것도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이다.
2년 전 버스 사고가 난 후 일주일에 두 번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나는 물리치료 받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빨리 논문을 써야 하는데 물리치료를 받고 오면 몸이 노곤해져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물리치료받으러 가는 시간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내 몸(건강)이 먼저고 그다음이 학업이니까.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책에서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림자는 콤플렉스, 부족한 부분,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의미한다. 그림자와 화해하면 건강한 내면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 그림자는 ‘최선을 다 하지 않고 끈기 없는 나의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도, 끈기가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외부의 판단에 의해 나도 나를 그렇게 판단해버렸다. 그것이 내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2년 전 버스사고 후 물리치료를 받을 때도 논문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보다.
나는 내 그림자와 화해하는 중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한다. 끈기도 있다. 즐겁게 한다.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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