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의 마지막날 저녁 베를린
우주선 같아 보이는 이것은 (우주선 같아 보이지 않나?) 한 끼에 진심인 나의 정성이다. 요즘 냉동 치킨 너겟을 오븐에 구워 즐겨 먹는다. 치킨 너겟 소스에 넣을 양파가 매우면 소스가 맛이 없어지니, 매운 맛을 최대한 빼려고 양파를 물에 넣어둔다. 큰 볼에 물을 가득 넣어둘수록 양파 매운 맛이 빨리 빠진다.
오늘 저녁을 먹으며 조명에 비친 양파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와 사진을 찍었다.
저녁을 먹고 있으니 M이 들어와 Guten Appetit 라고 말한다. 내가 저녁을 먹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니 M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온다. M은 맥주를 들고 부엌과 연결된 발코니에 앉아 밖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웃으며 발코니에서 본 재미있는 광경을 설명한다. 우리의 대화는 부활절로 이어졌다. 부활절 오전 11시 기숙사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어떤 음식을 먹을 건지 고민하던 M은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겠단다.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 여유로운 요즘. 선선한 저녁 부엌에 앉아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심심하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배고프면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행복한 순간에 행복한 줄 아는 것, 2021년 다짐이 잘 지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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