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5일 00:39
며칠 전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글을 썼다. 글을 쓰며 돈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너무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투로 말한 건 아닌가 싶다. 최근 몇 년 동안 돈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20/09/20 새로운 삶의 변화 |
1. 소비습관의 변화
어렸을 때는 수중에 돈이 있으면 모두 써버렸다. 세뱃돈 받으면 다 쓰는 어린이였다.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알바를 하면서 처음으로 적금을 들었다. 꽤 오랫동안 모았다. 청약통장도 만들었고. 적금을 든다고 소비 습관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알바를 하면서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았다.
독일에 와서는 이 나라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검소해졌다. 대학생은 가난한 계층이었고 자동차가 있는 친구들도 드물었다. 또한 나는 한국에서 밥벌이를 해보았기 때문에 독일에서 공부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알았다. 독일 생활 몇 년이 지나고 학교에서 작은 일을 하며 용돈을 벌 수 있었다. 10유로가 조금 넘는 조교 시급에서 연금을 떼면 시급이 9유로 정도였다. 돈을 쓸 때 '내가 두 시간 일하면 버는 돈이네' 생각이 들어 큰돈은 잘 못 쓰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중국집을 지나갈 때 오리고기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돈은 '아껴야 하는 것'이자 '없어지는 것'이었다.
2.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것에 기뻐하기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없어지는 돈에 집중하지 말고 그 돈으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할 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는 게 아니라 반이나 있다고. 나에게 독일어 학술 글쓰기는 어렵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소논문과 논문을 쓴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돈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부족함에 집중하지 않고 적게라도 가지고 있는 것에 기뻐하기로. 알바로 이만큼의 돈을 벌어 기쁘고, 그 돈이 있어 오늘 양배추를 사서 된장국을 끓여 먹을 수 있어 기쁘다고. 돈으로 산 사과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고.
결심을 했다고 바로 바뀌지는 않더라.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아주 조금씩 돈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었다.
3. 몸과 마음을 대하는 태도와 돈을 대하는 태도
몸을 대하는 태도가 돈을 대하는 태도로 연결되기도 했다.
2020/08/27 나에게 다정한 사람 |
작년 버스 사고로 꼬리뼈를 다치고 나서 몸을 챙기고 있다. 아침에 요가와 명상, 산책을 한다.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한다. 주말마다 순례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 몸을 챙기니 몸의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몸의 소리에 집중하니 나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특별한 음식이 먹고 싶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 뭔가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이 당긴다. 이럴 때 밖에서 음식을 사 오거나 주문을 해서 먹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식비를 쓰게 된다.
몸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계획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혹은 공부)의 양을 알고 있으니 무리해서 일을 잡지 않는다.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고 무리해서 많은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공부를 하다가도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쉰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면
'아, 지금 내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구나. 치킨을 사 먹는 대신 소스를 직접 만들어볼까? 지난번에 두부부침에 치킨 소스를 먹으니 맛있던데.'
몸의 신호를 인지하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본다. 집에 있는 재료로 치킨 소스를 만들면 치킨값 10유로는 절약할 수 있다.
만약 치킨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면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네'
대신
'치킨 먹을 돈이 있어 좋다. 맛있게 먹자.'
기뻐하기로 했다.
3.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돈의 속성>과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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