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엄마 아빠께 보내는 편지
엄마 아빠! 어버이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일찍 도착했죠? 4월 중반부터 구상하고, 인터넷 검색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얻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 편지를 씁니다.
엄마 아빠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엄마 아빠의 일상을 떠올립니다. 저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않으니 가족 카톡방과 가족 여행을 참고했지요.
엄마의 선물로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준비했습니다. 엄마는 몇 달 전 대학원생이 되셨지요. 대학원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노트나 펜, 파일 등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가 거북목으로 열심히 사진 편집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열정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엄마를 위해 위해 안경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저도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노트북을 오래 사용합니다. 수업에 읽고 가야하는 텍스트를 노트북으로 몇 시간 동안 보면 눈이 빨리 피로해지더라고요. 코로나 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프린트 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집에도 프린터가 없다보니 (지난주에 주문했습니다. 다음주 도착 예정) 노트북으로 텍스트를 읽습니다. 엄마도 대학 수업을 들으며 예전보다 노트북을 자주 사용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입학 전에도 엄마가 몇 시간이고 밤을 새며 사진 편집을 한다는 이야기를 아빠께 들었으니까요.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면 눈이 덜 피로해진다고 해요.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 라이트가 차단되니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합니다. 엄마는 '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이 엄마 눈과 수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 댓글을 확인할 때도 안경을 쓰세요. 스마트폰에서도 블루 라이트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안경 코가 불편하면 안경점에서 교체 가능합니다. 안경 다리도 안경점에 방문해 귀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고 해요.
아빠 선물로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안경 케이스'를 준비했습니다. 아빠 선물은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빠는 갖고 싶은 게 별로 없기 때문이죠.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며 아빠의 일상을 반추하다, 가족 여행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겨울 점퍼 주머니에 돋보기 안경 두 개를 안경 케이스 없이 힙하게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입니다. '쿨하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패셔너블하고 작은 것에 신경 안 쓴다는 의미) 넣고 다니는 아빠의 모습이요. 아빠 안경은 지문으로 가득 했습니다. 아빠가 아름다운 세상을 선명하게 보실 수 있도록 안경 케이스를 준비했습니다. 원래 봐둔 안경 케이스는 만 오천원 짜리로, 멋스러운 인조 가죽과 천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두꺼운 케이스는 사용하지 않으니 얇은 것을 사면 좋겠다. 천 원 이천 원 짜리도 괜찮다’고 하셔서 다시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얇은 안경 케이스를 찾았지요. 안경닦이로 사용하는 초극세사 천으로 만든 케이스입니다. 안경닦이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안경 케이스로 안경을 닦으면 됩니다. 주머니가 볼록하면 불편한 아버지께 알맞은 제품이지요. 택배 박스에는 안경 케이스 외에도 안경닦이가 들어있을 거예요. 제가 주문한 것은 아니고 안경 케이스 회사에서 선물로 준 것입니다. 인터넷 주문을 하며 안경 케이스 회사에 '어버이날 선물이라 영수증을 빼주세요’라고 부탁하니, 안경 케이스 회사에서 어버이날 선물로 제품을 선택해주어 고맙다며 안경닦이를 서비스로 보내준다고요.
세 번째 선물은 '어버이 자서전’입니다. 저는 타지에 살고 있고 또 글을 즐겨 쓰다보니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엄마 아빠 이야기를 모아 책을 내고 싶어요.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요즘 일상 등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어버이 자서전’에 담아주세요. 엄마 아빠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어버이날 보내세요!
2020년 5월 8일 베를린에서 작은 딸 드림
부모님의 선물 후기
- 엄마: 고맙다고 잘 쓰겠다며 인증 영상 보내주심. 특히 편지에 감동하심.
- 아빠: 아주 기뻐하심. ‘어버이 자서전’은 주관식이 60문제라 좀 어렵겠다고 하심. 아빠는 주관식에 약하시다고. 그래도 아빠는 자서전 작성해주실 것 같음. (엄마는 왠지 안하실 듯. 귀찮은 거 안 하는 성격.)
2개월 후 후기 (2020년 7월)
- 엄마: 안경을 쓰면 코에 자국이 오래 남아서 안 쓰신다고.
- 아빠: 초극세사 안경케이스 잘 쓰고 있다고 하심.
2년 후 후기 (2022년 5월 8일)
- 엄마: 여전히 안경을 쓰지 않으심.
- 아빠: 여전히 안경 케이스를 잘 쓰고 계심.
- 어버이 자서전: 여전히 새 책으로 서재에 있음...
직접 산 선물 리스트 (협찬 아님)
2018년 어버이날 www.domi7.tistory.com/308
2019년 어버이날 www.domi7.tistory.com/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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