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 응아해?

2020. 1. 19. 22:47일상 Alltag/가족 Familie

2020년 1월 18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

 

"응아해?"

 

베를린 집에 도착한 엄마는 춥다고 하셨다. 독일집이 원래 춥다. 게다가 우리집은 오래된 건물이라 더 춥다. 엄마는 따뜻한 전기 담요가 켜진 내 침대에서 골아 떨어지셨다. 나와 아빠와 동생은, 비행 이야기와 아빠가 요즘 읽으신 그리스 신화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나만 빼고. 잠이 안 오더라. 이미 잠 잘 시간을 훨씬 넘겼기 때문이다. 내 침대가 아니라서인지 잠이 안 오더라. 새벽 2시가 다 되어갔다. 엄마 화장실 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30분 지났을까? 아빠가 방에서 나오신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화장실 앞에서 엄마 이름을 부르는 아빠.

 

아빠: 이△ △(엄마 이름)!

엄마: 응

아빠: 응~ 응아해?

 

하하하! 응아라니! 아빠의 단어 선택이 너무 귀엽다. 엄마가 오랫동안 방에 들어오지 않자 아빠는 걱정되셨나보다. 평소 새벽 5시마다 응아하는 엄마. 독일에서는 새벽 2시에 응아를 하신다. (엄마는 새벽마다 한 시간 동안 화장실에 계신다. 엄마가 전화를 받을 때 평소보다 목소리가 더 울릴 때가 있다. 백 프로 변기에 앉아 계신거다. 우리 엄마... 변비 맞다.)

 

생각해보니 나 어렸을 때도 우리 가족은 똥, 오줌, 대변, 소변이라는 말보다 응아, 쉬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누군가 화장실에 있으면 문 앞에서 "응아해? 쉬야해?" 묻는다. 오래 걸리는지 금방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똥은 강한 표현이라 불만을 나타낼 때 사용했다. 예를 들어 언니가 큰 일을 봤을 때 냄새가 너무 심하게 심하면 "언니 냄새 진짜 심하다! 나 지금 화장실 못 쓰겠어."

 

몇 년 전부터 엄마아빠는 주중에 손주들을 봐주신다. 언니의 아들 둘이다. 엄마아빠는 손주들과 지내며 응아, 쉬 등 귀여운 표현을 계속 쓰시는 듯 했다. 60대 부부 대화에 웃음이 나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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