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8일 어버이날 베를린
부모님께 감사한 날이다.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 파란 하늘과 연둣빛 봄나무 새싹을 보며 요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태어나서 기쁘고 살아있어 감사하다.
35년 전 엄마 아빠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나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
엄마 흉보는 글을 써서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는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
어릴 때 많이 혼나고 대들던 작은 딸이지만
어버이날에 선물 챙기고 낯간지러운 애교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작은 딸이니
우리 엄마 아빠는 필시 행복하실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께 전화했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애교 가득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아빠가 약간 당황하신 것 같다.
아마도 회사에 계셔서 표현을 잘 못 하신 거라 생각한다. (엄마는 연락 안 됨)
엄마는 가족 카톡에 카네이션 브로치가 도착했다고 사진을 보내셨다. 무드등이랑 같이 왔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일단 핑크 카네이션은 엄마, 빨강 카네이션은 아빠 것이라 알려드렸다. 어버이날 이후에는 카메라 가방, 여행 가방에 다시라고도 말씀드렸다.
요가 후기:
오늘은 침대 말고 바닥에서 5분 아침 요가를 했다. 침대에서 요가를 하니 소리가 나서(오래된 침대인 듯) 바닥으로 내려왔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지 요가를 하는 곳은 아니니까.
바닥에서 요가 하니 나와 땅이 붙어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요가 시작 전 바닥을 청소기로 밀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먼지가 보였다. 청소해야겠다.
이제 얼른 치과 가야지!
오늘은 사랑니 뺀 곳이 잘 아물었나 검진받으러 가는 날이다.
오후 2시
5월 8일 저녁 7시 무드등도 도착했다 :-) 가족 카톡에 엄마가 올리신 사진.
구도가 정확히 맞는 사진이 꼭 엄마의 성격 같다. (매우 정확하고 단호하심. 나름 귀여운 면도 있으시고!)
작은 딸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남기신 카톡:
"난, 이런 선물도 좋은데..."
언니 들으라고 하신 말씀인듯? ㅋㅋㅋㅋ
다음번에 엄마한테는 서프라이즈 말고 미리 물어보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보내드려야겠다 ;-)
ps. 작년 어버이날 때도 그랬고 매번 한국으로 가족 선물 보낼 때마다 감동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워낙 쿨해서 반응이 거의 없다. 두 달 전 내 생일 때 편지 보내 달라고 가족 카톡방에 올렸는데 모두 씹어서 맛있게 드셨다 ㅋㅋㅋ
아빠만 대답을 해주셨다. 이틀 지나서 :-) 우리 가족에게 손편지는 너무나 어려운 선물이었나 보다.
이제는 선물하는 행복만 즐기기로 했다. 마음 속으로는 좋아해도 표현하는 걸 어색해하는 가족을 위해 :-)
오후 5시
엄마와 통화를 했다. 한국은 밤 11시였다. 졸린 엄마와 통화를 긴 통화를 했다.
조수미 씨 덕분에 엄마 생각을 하고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했다. 조수미 씨께 감사한 어버이날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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