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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lltag/가족 Familie

듣는 블로그 :: 시 - 엄마의 걱정

by 통로- 2019. 4. 25.

엄마의 걱정

-통로-

 

언니가 태어났다

엄마는 언니를 관찰했다

 

3년 후 내가 태어났다

엄마는 날 관찰했다

한글 깨치는 게 느리다

숫자 익히는 게 느리다

엄마는 걱정했다

이 아이 조금 부족한 걸까?

 

6년 후 동생이 태어났다

엄마는 동생을 관찰했다

한글 깨치는 게 더 느리다

숫자 익히는 게 더 느리다

엄마는 걱정했다

이 아이 조금 더 부족한 걸까?

 

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동생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 언니보다 한글, 숫자 배우는 게 느려 걱정했었다고. 그래도 말은 빨리 시작했단다. 더듬더듬 말하다가 어느 순간 수다스럽게 말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도 말하기를 즐겨한다 :-) 참고로 언니는 내성적이라 말이 별로 없다.

 

내가 태어나고 6년 뒤 늦둥이 동생이 태어났다. 동생은 나보다 더 느렸다고 한다. 엄마의 걱정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 집 막내로 태어난 동생은 누나들 사랑을 가득 받으며 부족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로 자랐다. 내가 언니에게 '언니'라고 하는 걸 듣고 누나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면서. 나와 언니는 동생에게 예쁜 드레스도 입히고 머리도 묶어주며 인형 놀이하듯 키웠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은 무럭무럭 자라 덩치가 커졌고 얼굴도 (어디서 그렇게 태워왔는지) 까만 남자 성인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처음 보면 흠칫 놀란다고 한다. 무서운 사람으로 보여서. 하지만 동생은 누나들 틈에 자라 (외모와 달리)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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