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모자 - 내게도 털모자가 생겼다!

2019. 1. 12. 19:48일상 Alltag/하루하루가 모여 heute




내 얼굴은 오각형이다.














머리는 또 약간 짱구머리라












모자를 쓰면 이렇다.












머리도 조금 커서 항상 모자가 작다.




엄마 얼굴형을 닮았다. 모자가 안 어울리는 두상 때문에 모자를 안 쓰고 살았다. 엄마도 등산할 때 빼고는 모자를 안 쓰신다. 겨울에 엄마가 털모자 쓴 것을 한 번도 못봤다.


비바람이 불던 몇 년 전, 독일 친구가 물었다. 

친구A: 통로, 너는 왜 모자 안 써? 너무 춥잖아.

: 난 모자가 안 어울려.

친구A: 모자는 어울려서 쓰는 게 아니야. 나 어릴 적에는 날씨가 추우면 엄마가 무조건 모자를 쓰라고 했어. (엄마가 머리에 모자를 푹 씌우는 동작을 보여줌)


어느날은 친구 B가 묻더라.

친구B: 통로,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모자 안 가져온거야?

: 난 모자 없어. 안 어울려서 안 써.

친구B: 정말? (매우 진지하게) 우리 그럼 같이 너한테 잘 어울리는 모자 찾아볼까?


그렇다. 길고 어두운데다 습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독일인들은 모자를 패션과 상관없이 쓰는 생활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 패션 아이템이기에 앞서 생존템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모자를 쓰다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자도 잘 찾더라. 겨울에 예쁜 털모자 쓴 독일 사람을 많이 본다. 물론 그 모자는 내게 안 어울린다.


베를린에서 호된 신고식(겨울에 감기몸살 두 번 걸리기)을 치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내게도 모자가 필요해!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 우연히 모자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전투적으로 내게 어울리는 모자를 찾았다.


모자의 조건

1. 사이즈가 클 것 - 안타깝게도 모자는 대부분 프리사이즈라 큰 것 찾기 어려움...

2. 이마 부분을 접는 모자일 것 - 어쩐지 얼굴이 작아보이는 느낌.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와 비슷한 효과

3. 모자 방울을 크면 클수록 좋다. - 방울이 크면 귀여움이 극대화되어 시선이 방울로 간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지는 덜 중요해짐






인생을 살며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모자를 만났다.



















짱구머리도 감추어준다.









길에서 셀카 안 찍는데, 모자 쓴 내 모습이 꽤나 괜찮아서 자꾸 사진을 찍게 되더라. 










모자가 마음에 들어 실내(카페)에서도 쓰고 있는 모습 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