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가면서 언니와 서울에서 살았다. 3년 터울인 언니는 대학을, 나는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엄마가 일주일에 3일은 서울집, 4일은 본가(동생이 초등학생이었다)에 계셨다.
내가 고 3 때 언니는 대학 기숙사로 들어갔고 엄마는 나를 챙겨주기위해 매일 서울에 계셨다. 엄마와 단 둘이 있어 엄마의 잔소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시기였다. 어릴적 엄마한테 혼날 때 항상 아빠가 말려주셨는데 (엄마한테 좀 많이 혼났다. 유별난 딸이었음 ㅎㅎ) 아빠가 안 계시니 엄마와 나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고 3의 나는 공부를 하고 있으면 연습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고, 연습을 하면 수능 공부 걱정을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였다.
어느날 연습하는데 아빠의 문자가 왔다.
작은딸 열심히 하느라 힘들지 아빠
아빠의 문자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글썽하네.
아빠도 일 하랴 동생 챙기랴 (동생이 초등학생이라 학부모 회의, 소풍 김밥 싸기, 밥 해주기, 학원 데려다주기 등) 힘드셨을 텐데. 대학 와서도 힘들 때마다 보는 문자이다. 독일에서 공부가 어려울 때, 논문 쓰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을 때 아빠 문자를 본다.
아빠는 이때 문자를 거의 못 썼는데 어떻게 보내셨을까? 문자 마지막에 '아빠'가 들어간 걸 보니, 문자를 받으면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이 뜨는 줄 모르셨나보다.
+ 덧붙이는 이야기
동생이 말하길 아빠와 살던 1년이 참 즐거웠다고 한다. 엄마 잔소리에서 해방돼서 ㅋㅋㅋㅋ
그래, 동생아. 내가 너에게 행복한 1년을 선물했구나 ㅋㅋ
게다가 아빠 김밥 진짜 맛있었다고 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햄, 치즈, 달걀만 넣으셨다고 ㅎㅎㅎㅎ 엄마 김밥에는 오이가 들어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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